마켓인사이트 4월13일 오후 3시55분 보도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 지분(3.64%)을 자사주로 사들이려면 한국장학재단 CJ 신세계 한솔 등 다른 주주에게도 지분을 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25%의 지분을 가진 한국장학재단이 매각에 나서면 삼성에버랜드의 자금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5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에버랜드가 삼성카드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에게도 균등하게 매각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개정상법에서 비상장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 주주 지분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지난주 삼성카드로부터 보유 지분 3.64%(9만1053주)를 자사주로 매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자사주로 취득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주주들에게도 지분 매각 의사를 물어볼 예정”이라면서 “삼성계열사들과 장학재단에도 의향을 타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삼성카드가 KCC에 판 주당 182만원을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오는 26일까지 비금융회사인 에버랜드 지분을 5% 미만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3.64%를 팔아야 한다.

에버랜드가 삼성카드 지분을 사오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다른 주주들이 매각을 요청하면 에버랜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에버랜드의 주요 주주는 삼성일가, 계열사, KCC와 한국장학재단(4.25%) 등이 있다. 범 삼성가 중에서는 CJ가 2.35%를 보유하고 있다. 한솔케미칼(0.53%) 한솔제지(0.3%) 신세계(0.1%) 등도 주주로 등재돼 있다.

총 7.53%의 지분을 가진 이들이 모두 지분 매각을 요청할 경우 에버랜드는 3400억원(주당 182만원 기준)을 투자해야 한다. 삼성카드 지분매입에 1600억원이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5000억원을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에버랜드에서 지분 매각 의사를 물어온 적은 없다”며 “아직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지분을 매각할지는 가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주당 182만원에 매각하는 건 곤란하다”고 밝혔다.

하수정/오상헌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