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신화 '하유미팩' 하유미가 계약 해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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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닉의 하이드로젤(Hydrogel) 마스크 팩(일명 하유미팩)은 국내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서 최고의 히트 제품으로 통한다. 국내 마스크 팩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이 제품은 현대·CJ·롯데 홈쇼핑 등 TV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2002년 제30회 세계신기술전시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5년 과학기술부 장영실상, 산업자원부 세계 일류 상품 선정, 2009년 신기술 실용화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제닉은 하유미팩이라는 단일 상품으로 지난해 매출액 1055억 원, 영업이익 133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 유현오(43) 사장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독립한 지 10년 만에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국내 마스크 팩 시장의 30% 점유
마스크 팩 시장에 뛰어든 동기는 단순하다. 유 사장은 “호주 배낭여행 중 그을린 피부를 식히기 위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식히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하이드로젤 제품을 개발했다”고 되돌아봤다. 유 사장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특별한 경영 노하우를 익힌 것도 아니고 마스크 팩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홈쇼핑 히트 상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하유미팩’을 탄생시킨 비결은 뭘까.
중소기업은 자체 브랜드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선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들다. 발상의 전환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진입하더라도 대기업에 비해 자본과 기술력이 달린다. 그러다 보니 품질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품질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판로가 있어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더 까다롭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공세도 견뎌내야 한다. 운 좋게 대기업의 공세를 견뎌 내거나 피하더라도 상당수 오너 경영인들은 자만에 빠진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목에 힘이 들어가고 연관 없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망가지는 경우가 흔하다. 제닉은 이 모든 난관을 이겨냈다. 그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하유미팩은 최초 진입의 원칙에 충실했다. 일반적으로 히트 상품은 새로운 시장 창출의 부산물이다. 하유미팩이 그렇다. 시판되고 있는 마스크 팩과 전혀 다른 재질을 사용했다. 이전의 마스크 팩은 부직포(천)에 약물을 집어넣어 만든 제품이 주종을 이뤘다. 반면 제닉은 수용성 하이드로젤을 적용해 특정 환부에만 약물을 도달시킨다. 피부 온도에 따라 하이드로젤이 녹아내리면서 피부에 스며든다. 마스크 팩은 무조건 부직포를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다. 품질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기술력은 연구·개발(R&D) 파워와 최신 시설에서 발휘된다. 피부 온도에 반응해 피부 속으로 흡수되는 제닉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이 기술로 국내 특허는 물론 러시아·중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공장 시설도 최신식이다. 반도체 공장처럼 온도·습도·압력 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R&D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해마다 1회 이상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갖고도 실패하는 회사도 많다. 제닉이 2008년 탤런트 하유미 씨를 영입한 것은 최고의 마케팅이었다. 하유미 씨는 비록 당시 최고의 인기 탤런트는 아니었지만 깨끗한 피부와 스캔들 없는 사생활로 대중에 비쳐지는 이미지가 신선했다. 더구나 하유미 씨는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하유미 씨는 판매 홍보를 맡아 달라는 제닉의 연락을 받자마자 회사부터 찾아왔다. 이것저것 물어본 뒤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판매 채널로 TV 홈쇼핑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보통 중소기업이 TV 홈쇼핑을 이용하는 것은 홍보 차원이 대다수다. 매출의 30~40%를 수수료로 홈쇼핑 회사에 지불해야 되고 반품 등 각종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유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중소기업 최고의 판로가 TV 홈쇼핑”이라는 주장이다. 유 사장은 “일반 유통을 이용하면 약 60%의 유통 마진을 떼어줘야 한다”며 “박리다매 식으로 많이 팔 수만 있다면 홈쇼핑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유미팩의 반품률도 5~6%에 불과하다. TV 홈쇼핑에서만 약 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닉은 홈쇼핑의 한계를 거뜬히 뛰어넘은 것이다.
하유미팩이 성장하는 가운데 대기업의 공세가 없었다는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연 3000억 원 규모의 마스크 팩 시장은 대기업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야다. 대부분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형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은 별 관심이 없고 경쟁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한 시장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밀폐 용기 업체 락앤락이나 막걸리 업체인 국순당 등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성공에 도취하면 자만에 빠진다. 자만이 커지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무리한 신사업 진출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하면서 기존 잘나가던 사업까지 휘청한다. 제닉의 목표는 ‘세계 1등 팩 전문 회사’다. 다른 곳엔 한눈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유미 씨 영입은 최상의 마케팅
유 사장의 경영 철학도 ‘겸손’이다. 유 사장은 “절대 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유 사장이 거듭 겸손을 강조하는 것은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 제닉 본사에 가면 사무실마다 ‘2006년 2007년을 잊지 말자’는 구호가 붙어 있다. 2006년 유 사장은 종합 화장품 회사를 꿈꾸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그의 말대로 “작은 성공에 취해 교만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선보인 제품마다 실패했다. 추락은 끝이 없었다. 결국 2008년 초 56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보증만 떠안은 채 사업을 접고 만다. “한강다리에도 여러 번 갔다”고 할 정도로 뼈저린 실패를 경험하는 그는 이후 술·담배를 끊고 교회에 다니면서 마음을 다잡고 ‘하유미팩’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하유미팩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하유미팩의 의존도가 너무 높아 보인다. 예컨대 하유미 씨가 계약을 해지하면 어찌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 사장은 “책임감 있는 하유미 씨가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팩 하면 제닉’이라고 할 정도로 제닉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기능성 화장품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제닉을 알고 있다”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고민 중 하나는 인재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쉽지 않다. 제닉이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사보를 발행하는 것도, 문화 교육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회사 수준을 높여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제닉의 과제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중국 상하이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일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100점 만점에 44점에 불과하다. 기술·마인드·인적자원 등 모든 면에서 50점 미만의 점수를 매겼다. 과연 제닉이 해외 진출에 성공해 하유미팩을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2002년 제30회 세계신기술전시회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5년 과학기술부 장영실상, 산업자원부 세계 일류 상품 선정, 2009년 신기술 실용화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제닉은 하유미팩이라는 단일 상품으로 지난해 매출액 1055억 원, 영업이익 133억 원을 올렸다. 이 회사 유현오(43) 사장은 대학 졸업 후 3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독립한 지 10년 만에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국내 마스크 팩 시장의 30% 점유
마스크 팩 시장에 뛰어든 동기는 단순하다. 유 사장은 “호주 배낭여행 중 그을린 피부를 식히기 위해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식히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하이드로젤 제품을 개발했다”고 되돌아봤다. 유 사장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특별한 경영 노하우를 익힌 것도 아니고 마스크 팩에 대한 사전 지식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홈쇼핑 히트 상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하유미팩’을 탄생시킨 비결은 뭘까.
중소기업은 자체 브랜드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선 시장 진입 자체가 힘들다. 발상의 전환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진입하더라도 대기업에 비해 자본과 기술력이 달린다. 그러다 보니 품질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품질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판로가 있어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더 까다롭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공세도 견뎌내야 한다. 운 좋게 대기업의 공세를 견뎌 내거나 피하더라도 상당수 오너 경영인들은 자만에 빠진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목에 힘이 들어가고 연관 없는 사업에 뛰어들면서 망가지는 경우가 흔하다. 제닉은 이 모든 난관을 이겨냈다. 그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하유미팩은 최초 진입의 원칙에 충실했다. 일반적으로 히트 상품은 새로운 시장 창출의 부산물이다. 하유미팩이 그렇다. 시판되고 있는 마스크 팩과 전혀 다른 재질을 사용했다. 이전의 마스크 팩은 부직포(천)에 약물을 집어넣어 만든 제품이 주종을 이뤘다. 반면 제닉은 수용성 하이드로젤을 적용해 특정 환부에만 약물을 도달시킨다. 피부 온도에 따라 하이드로젤이 녹아내리면서 피부에 스며든다. 마스크 팩은 무조건 부직포를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사다. 품질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기술력은 연구·개발(R&D) 파워와 최신 시설에서 발휘된다. 피부 온도에 반응해 피부 속으로 흡수되는 제닉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이 기술로 국내 특허는 물론 러시아·중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공장 시설도 최신식이다. 반도체 공장처럼 온도·습도·압력 등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R&D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해마다 1회 이상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왔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갖고도 실패하는 회사도 많다. 제닉이 2008년 탤런트 하유미 씨를 영입한 것은 최고의 마케팅이었다. 하유미 씨는 비록 당시 최고의 인기 탤런트는 아니었지만 깨끗한 피부와 스캔들 없는 사생활로 대중에 비쳐지는 이미지가 신선했다. 더구나 하유미 씨는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하유미 씨는 판매 홍보를 맡아 달라는 제닉의 연락을 받자마자 회사부터 찾아왔다. 이것저것 물어본 뒤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판매 채널로 TV 홈쇼핑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보통 중소기업이 TV 홈쇼핑을 이용하는 것은 홍보 차원이 대다수다. 매출의 30~40%를 수수료로 홈쇼핑 회사에 지불해야 되고 반품 등 각종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유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중소기업 최고의 판로가 TV 홈쇼핑”이라는 주장이다. 유 사장은 “일반 유통을 이용하면 약 60%의 유통 마진을 떼어줘야 한다”며 “박리다매 식으로 많이 팔 수만 있다면 홈쇼핑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유미팩의 반품률도 5~6%에 불과하다. TV 홈쇼핑에서만 약 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닉은 홈쇼핑의 한계를 거뜬히 뛰어넘은 것이다.
하유미팩이 성장하는 가운데 대기업의 공세가 없었다는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연 3000억 원 규모의 마스크 팩 시장은 대기업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야다. 대부분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형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은 별 관심이 없고 경쟁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한 시장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밀폐 용기 업체 락앤락이나 막걸리 업체인 국순당 등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성공에 도취하면 자만에 빠진다. 자만이 커지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무리한 신사업 진출이다. 물론 대부분 실패하면서 기존 잘나가던 사업까지 휘청한다. 제닉의 목표는 ‘세계 1등 팩 전문 회사’다. 다른 곳엔 한눈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유미 씨 영입은 최상의 마케팅
유 사장의 경영 철학도 ‘겸손’이다. 유 사장은 “절대 자만하거나 오만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유 사장이 거듭 겸손을 강조하는 것은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 제닉 본사에 가면 사무실마다 ‘2006년 2007년을 잊지 말자’는 구호가 붙어 있다. 2006년 유 사장은 종합 화장품 회사를 꿈꾸며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그의 말대로 “작은 성공에 취해 교만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선보인 제품마다 실패했다. 추락은 끝이 없었다. 결국 2008년 초 56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보증만 떠안은 채 사업을 접고 만다. “한강다리에도 여러 번 갔다”고 할 정도로 뼈저린 실패를 경험하는 그는 이후 술·담배를 끊고 교회에 다니면서 마음을 다잡고 ‘하유미팩’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하유미팩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하유미팩의 의존도가 너무 높아 보인다. 예컨대 하유미 씨가 계약을 해지하면 어찌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 사장은 “책임감 있는 하유미 씨가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팩 하면 제닉’이라고 할 정도로 제닉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기능성 화장품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제닉을 알고 있다”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고민 중 하나는 인재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쉽지 않다. 제닉이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사보를 발행하는 것도, 문화 교육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회사 수준을 높여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제닉의 과제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중국 상하이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고 일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역량은 100점 만점에 44점에 불과하다. 기술·마인드·인적자원 등 모든 면에서 50점 미만의 점수를 매겼다. 과연 제닉이 해외 진출에 성공해 하유미팩을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