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 내부적으로는 총선이 있었지만, 북한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11일 북한은 우리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당대표자회를 개최했다. 당대표자회에서 북한은 당체제를 정비하고 당규약개정, 주요 당직 인사를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당초 김정은이 당총비서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았으나,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김정은 자신은 제1비서직을 신설, 노동당 제1비서가 됐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총비서직을 승계하지 않은 이유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면서 김정일의 후광을 통해 당 기반을 장악하고자 하는 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규약 개정을 통해 제1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장이 되고, 총비서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기 때문에 사실상의 실권자와 다름 없다.

연이어 13일 열린, 우리의 국회 본회의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정은은 영원한 국방위원장 자리를 아버지에게 부여하고 자신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됐다. 그러나 김정은을 ‘공화국 최고 수위에 모신다’는 표현처럼 김정은이 사실상 국가 지도자가 됐고, 김정은 체제가 공식적으로 출범했음을 읽을 수 있다. 김일성 생일 100주년인 15일에는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포부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강조하고 체제 결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의 새로운 정권 출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4·13 장거리 로켓발사 실패는 북한 정권 내부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로 인해 미국과 맺은 2·29 합의의 이행이 어렵게 됐고, 유엔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비난과 규탄을 받게 됐다. 더구나 김정은 체제 출범을 알리는 축포 성격을 띠었던 로켓발사가 성공했다면 체제 내부의 선전 극대화를 꾀할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체제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앞으로 북한은 로켓발사 실패에 따른 체제 동요를 의식, 로켓발사에 따른 실무 차원의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결속과 체제 보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지난주 김일성 생일 100주기를 계기로 3대 세습 체제 구축 등 내부 작업은 일단락지은 것으로 보이나 앞으로 장거리 로켓발사 실패로 인한 이른바 ‘후폭풍’이 북한 정권의 향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우선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발사 실패를 만회하고 떨어진 몸값을 높이기 위해 3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립과 비난을 의식, 평화·대화 공세 등 유화적 조치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계속 주장해 로켓발사 행위를 정당화하고 핵실험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6자회담 조기 재개 등을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의 로켓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로켓발사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움직임이 강한 만큼, ‘북한 대 국제사회’의 대립·갈등 구조가 당분간 계속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대표자회·최고인민회의 등을 통해 새로운 체제를 정비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북한 내 권력세습 과정에 불안정성은 여전히 높다. 새로운 체제출범의 인선에서 배제된 계층이나 집단, 현재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불만을 갖는 세력도 있을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는 여전히 통미봉남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번 우리 총선의 개입 의도가 어느 정도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여전히 우리 대선 개입 의지를 더욱 노골화하려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미국과 공조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북한은 변화된 대내외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응이 달라진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북한에 기회를 줘서 북한을 바른 변화의 길로 유도하고 북한 또한 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새롭게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 부여된 숙제가 될 것이다.

박정진 < 경남대 북한학 교수 jjpark@kyung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