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PEF 세금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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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는 증권거래세만…토종은 배당소득세 추가 부담
▶ 마켓인사이트 4월15일 오전 7시27분 보도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인 A사는 얼마 전 미국 자본을 모아 국내 대기업 계열사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었다. 예비후보(쇼트리스트)에는 올랐으나 최종 입찰에서 떨어졌다. 가격 경쟁력이 외국계 PEF인 B사에 밀렸기 때문이다.
B사가 A사보다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B사의 유동성 공급자(LP)에게 돌아가는 세후 수익률이 더 높아서다. 나중에 A사가 한국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은 증권거래세(매각대금의 최고 0.5%) 외에 투자수익의 16.5%(주민세 포함)인 반면 B사는 증권거래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IMM H&Q 등 국내 주요 PEF가 외국 PEF에 세금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대형 M&A를 둘러싸고 외국계PEF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는 투자로 얻은 수익을 LP에게 돌려줄 때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배당소득세율은 자본의 국적에 따라 5~15%(주민세를 더할 경우 5.5~16.5%)다. 반면 외국 PEF는 배당소득세가 아닌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외국 PEF에 투자한 LP들은 자국 조세체계에 따라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국내 배당소득세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PEF 수익을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배당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외국 투자자는 한국 PEF에 잘 투자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처럼 국내 PEF에 대해서도 LP가 얻은 소득의 종류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외국 PEF보다 세금 부담이 많다 보니 국내 PEF 가운데 일부는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해외 PEF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범 6년 만에 투자자문사 1위에 올라 유명해진 코스모자산운용의 최권욱 전 대표는 당초 한국에 PEF를 설립하려다 홍콩으로 바꿨다.
만도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오비맥주 등 국내 대형 M&A를 성사시킨 글로벌 PEF 어피니티는 한국 투자를 늘리면서도 한국에 PEF를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인 A사는 얼마 전 미국 자본을 모아 국내 대기업 계열사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었다. 예비후보(쇼트리스트)에는 올랐으나 최종 입찰에서 떨어졌다. 가격 경쟁력이 외국계 PEF인 B사에 밀렸기 때문이다.
B사가 A사보다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B사의 유동성 공급자(LP)에게 돌아가는 세후 수익률이 더 높아서다. 나중에 A사가 한국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은 증권거래세(매각대금의 최고 0.5%) 외에 투자수익의 16.5%(주민세 포함)인 반면 B사는 증권거래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IMM H&Q 등 국내 주요 PEF가 외국 PEF에 세금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대형 M&A를 둘러싸고 외국계PEF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는 투자로 얻은 수익을 LP에게 돌려줄 때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배당소득세율은 자본의 국적에 따라 5~15%(주민세를 더할 경우 5.5~16.5%)다. 반면 외국 PEF는 배당소득세가 아닌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외국 PEF에 투자한 LP들은 자국 조세체계에 따라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국내 배당소득세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PEF 수익을 배당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배당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외국 투자자는 한국 PEF에 잘 투자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처럼 국내 PEF에 대해서도 LP가 얻은 소득의 종류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외국 PEF보다 세금 부담이 많다 보니 국내 PEF 가운데 일부는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해외 PEF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범 6년 만에 투자자문사 1위에 올라 유명해진 코스모자산운용의 최권욱 전 대표는 당초 한국에 PEF를 설립하려다 홍콩으로 바꿨다.
만도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오비맥주 등 국내 대형 M&A를 성사시킨 글로벌 PEF 어피니티는 한국 투자를 늘리면서도 한국에 PEF를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