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경찰서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몸을 부딪쳤다는 이유로 시비를 벌인 끝에 70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오모씨(70)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달 9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지하철 7호선 도봉산행을 타고 집으로 가던 중, 군자역에서 같은 칸에 올라 탄 김모씨(77)가 몸을 부딪치며 밀었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 김씨가 다음 역인 중곡역에서 아무런 사과 없이 내리자 뒤쫓아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쓰러뜨린 혐의다.

오씨가 휘두른 주먹에 오른쪽 얼굴 부위를 맞은 김씨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건 발생 8일 만인 지난달 17일 색전증과 폐렴으로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쓰러지면서 왼쪽 넓적다리가 부러졌는데, 노인의 경우 골절상을 입으면 폐에 균이 몰리면서 폐렴, 색전증 등 합병증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오씨는 경찰에서 “승객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와중에 김씨가 나를 밀쳐 ‘왜 미느냐’고 했더니 ‘나도 밀리는데 무슨 말이냐’고 큰소리를 쳐 시비가 붙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욕설을 하면서 말다툼을 한 것은 불과 2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며 “오씨가 짧은 순간에 지지 않으려는 기싸움 벌이고 결국 사망이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