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삼성그룹과 달리 계열사 재무를 총괄하는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없다.

각 계열사의 재경본부를 책임지는 CFO들이 해당 기업의 회계·재무·원가관리·국내외 기업설명회(IR) 등을 전담하는 형태의 독립적인 경영이 이뤄진다. 계열사 간 사업이나 투자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거나 그룹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김용환 그룹 기획총괄담당 부회장(56)이 이끄는 기획총괄조정실이 나선다. ‘현대정공 경리과 출신’인 이용배 기조실 기획·재무 담당 부사장(51)이 사안이 생길 경우 그룹 CFO 역할을 한다.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57)이 현대차 경영기획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그룹에서 계열사 재무까지 챙겼다. 이 전 부회장은 계열사 재무라인을 총괄하고 협의·조정하는 일을 했다. 이 부회장 퇴임 이후에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재경본부장이 알아서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전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핵심 재무통이었던 이재록 전 기아차 부사장(56)이 지난달 초 물러나면서 재무라인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그룹 CFO는 없으나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 현대·기아차 재무 담당 출신이 많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핵심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역량이 커지면서 각 계열사로 인재들을 보내 경영합리화 등을 추진해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직후 현대차 재무담당이었던 박동욱 당시 전무(50)를 이동시켰다. 박 전무는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에서 재무관리실장(이사)과 재경사업부장(상무·전무)을 지냈다. 경남 진주 출생으로 진주고,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HMC투자증권에는 기아차 재무관리실장(이사) 출신인 김득주 상무(51)가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상무는 외환분야의 전문가로 불린다. 서울 우신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9월 기아차로 옮기기 전까지 3년간 현대차 IR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제서 현대글로비스 전무(54·경영지원본부장 겸 재경실장)도 현대차 출신이다. 경북 영주 영광고와 대구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1987년 현대차 경리부에 들어와 2006년까지 20년간 일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경리부장으로 일하면서 현장 경험도 갖췄다. 2007년 현대글로비스로 자리를 옮겼고 작년 말 전무로 승진했다.

이인식 현대위아 전무(54·재경본부장)는 기아차가 전 직장이다. 기아차에서 재경사업부장과 경영관리실장(이사)을 거쳤다. 지난 2월 현대위아 전무로 승진했다. 전북대에서 재무관리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원가회계 전문가로 꼽힌다.

추연정 현대엠코 전무(56·재경본부장)는 현대차에 입사해 기아차 캐나다법인장(이사), 케피코 경영지원실장(상무) 등을 거쳤다. 대구 계성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