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2010년 6·2선거 후보매수사건에 대해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이 17일 1심(3000만원 벌금)보다 중형(1년 징역)을 선고한 것은 서울시 교육감이라는 직책의 중요성에 비추어 그의 범법행위는 엄벌에 처해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곽 교육감은 선고 직후 법정을 나오면서 “사실관계는 전혀 바뀐 게 없는데 (박명기 피의자와)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교육감의 후보매수는 정당화 불가”

양형판단에서 항소심은 1심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1심은 “실무자 간 금품제공 합의를 안 뒤에도 합의이행 요구를 한 차례 거절했다”는 등 곽 교육감의 주관적 동기를 양형에 크게 고려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화성인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봐주기 판결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하지만 2심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상의 교육이념까지 거론하며 곽 교육감의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따졌다. 재판부는 “서울시 교육감직은 약 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교육예산을 집행하고 5만5000여 교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실로 중요한 자리”라고 전제, “국가의 백년대계를 담당하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금품이나 부정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곽 교육감이 지급한 2억원은 역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비추어볼 때 거액에 해당한다”며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막아야 할 교육감이 오히려 교육감직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2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제공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선의로 2억원 줄 만큼 친밀하지 않아”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후보 사퇴와 곽 교육감의 2억원 지급 간 대가관계를 인정하고, 곽 교육감이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항소심과 1심의 판단은 같았다. 곽 교육감은 “선의로 줬다”며 대가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이 2010년 3월 후보경선 방식을 논의할 때 처음 만났고, 박 교수가 곽 교육감 집무실에 찾아가 2억원을 놓고 서로 고함을 지르는 일까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대가없는 선의의 부조가 가능한 특수한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2억원은 사회통념상 ‘의례성’을 벗어난 큰 금액이며 △곽 교육감이 득표율 1.1%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점에 미뤄 박 교수 후보 사퇴로 향유한 정치적 이익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대가관계를 확인했다.

◆7월 중순 당선무효 여부 확정

곽 교육감이 이날 상고할 뜻을 밝혀 당선무효 여부는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상고심 선고는 공직선거법(제270조)에 따라 2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인 7월17일 이전에 내려질 예정이다. 상고심은 법률심이어서 2심이 법령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여부만 따진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