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포함해 경영진은 대부분 50대다. 요즘이야 황혼기라고 부르긴 어렵지만 그래도 중년이다. 대부분 몸이 옛날 같지 않다. 새벽 회의도 많고 저녁 일정도 적지 않아 늘 피로를 안고 산다. 그러다보니 표정도 그리 밝지 못하다. 늘 화난 인상의 임원들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직원들이야 ‘임원이 뭐 하는 일 있냐’고 쉽게 비아냥거리지만 경영자들에게도 고통은 적지 않다.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압감이 문제다.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겠나. 특히 자기가 오너인 경우에는 실패는 곧 죽음이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일가친척들의 가계가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경영인이라고 결코 쉽지 않다. 새로운 혁신을 진두지휘할 때는 주변의 공격을 홀로 이겨내야 한다. 누군가 조금 도와줄 수는 있지만 큰 결정은 외롭게 내려야 한다.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경영자는 외롭게 결정하고 귀를 막고 실천해야 할 때가 많다. 스트레스가 쌓여 숨이 목까지 차오를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속을 다 보여서는 안 된다. 그게 고수의 길이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류시화 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속을 보이지 않으며 행동하기란 참 어렵다. 고통을 호소하고 싶어도 비즈니스 사회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때라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매일 깨끗한 용모와 차림새를 갖춰야 한다. 직원을 만나면 웃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를 보여야 한다. 큰 성공을 거둬도 너무 고생해서 이룬 티를 내면 곤란하다. 스마트하게 아주 쉽게 끝낸 것처럼. 그래야 남들이 몰라줘도 섭섭하지 않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ㆍ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