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야 하나, 덮어야 하나. 계륵(鷄肋)이 따로 없다.” 제수(동생 부인)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김형태 국회의원(경북 포항 남·울릉) 당선자와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문대성 당선자(부산 사하갑)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렇게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총선에서 이겼는데도 당 분위기는 심각하다”며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렇지만 당의 속사정은 여전히 복잡하기만 하다.

새누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을 출당시키자니 당의 총선 공천 검증력이 부실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자진 탈당시키자니 이들에게만 잘못을 뒤집어 씌운 채 당은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을 준다. 결국 새누리당이 선택한 것은 ‘시간끌기’다. 의혹을 조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본 뒤 추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당은 한편으로 여러 통로를 통해 당사자들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하고 있지만, 이들은 아직 책임질 단계가 아니라며 버티고 있다. 김 당선자는 기자에게 “한쪽(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녹취록도 짜깁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당선자 역시 사면초가다.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2009년 제자의 논문까지 표절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기도 하다. 논문 표절이 확정되면 IOC 선수위원 자격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체육계의 망신인 셈이다. 미국의 시카고트리뷴지가 “문 당선자의 표절은 현직에서 사임한 헝가리 대통령의 표절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옹호론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저들을 출당시키면 단독 과반이 무너진다”고 반박한다. 친박근혜계 등 대다수 인사들은 “이러다가 박 위원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선(先) 출당론’을 주장한다.

새누리당이 갈팡질팡하며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민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이 박 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 왔고, 또 이번 총선의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인적 쇄신’은 결코 아닐 것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