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 이후 예상되는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 시도를 무산시키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워싱턴에서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임 본부장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2·29 북·미 합의는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29 합의는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농축활동을 임시로 중단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해 24만t 규모의 영양식을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특히 미국의 대북 영양지원에 대해 “중단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한·미 양국이 2·29 합의를 사실상 폐기한다는 방침을 공유했음을 내비쳤다.

중국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최근 탈북자의 북한 강제송환을 중단했다”며 북한이 로켓발사 계획을 중국 측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은 데 따른 조치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대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년간 북핵문제에서 계속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또 “대북 유연화 조치를 확대해왔던 그간의 노력은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동안 사회 문화 등 비정치 분야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남북교류 확대 노력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류 장관은 다만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기회의 창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려고 한다”며 북한의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에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김일성 100회 생일(15일)을 맞아 이명박 정부가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복수를 천명하면서 서울의 모든 것을 날려 보낼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을 비판해 온 대학생들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북한의 3대 세습 등을 규탄한 바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