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 신고도 못했는데…도와주세요"
“연체를 하면 여러 명이 가게로 몰려와 협박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지인들까지 찾아가 폭언을 하고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못했는데 도와주세요.” (A씨)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7층에 있는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엔 아침부터 신고가 쇄도했다. 70여명의 상담원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전국에서 걸려오는 전화 상담에 매달려야 했다.

A씨는 “2000년 초 전단지 광고를 보고 매일 원리금을 쪼개 갚는 일수대출로 100만원을 빌렸고 이후 100일간 1만3000원씩 매일 갚았는데도 빚이 계속 불어났다”며 “결국 사채까지 쓰게 됐고 지금은 빚이 2억원이나 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센터 상담원은 신고 내용을 접수한 즉시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저금리의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정부의 ‘불법사금융 척결 방침’에 따라 금감원은 기존의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로 확대,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채권추심 등 각종 불법 사금융 피해를 신고하면 신고된 사안은 수사기관에 제공돼 불법사금융 단속에 활용된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평소 비슷한 유형의 피해 신고 건수(60건)의 약 25배인 1500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조성래 서민금융지원실장은 “고금리, 불법 채권추심, 대출사기 등으로 피해를 당했다는 절절한 사연들이 많았다”며 “퇴근 시간 이후에 신고 건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불법 사채업자와 채권 추심업체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고금리 빚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도 적지 않았다.

최모씨는 7개 대부업체로부터 연간 39%의 최고금리로 2300만원을 빌렸는데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상담원은 바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바꿔드림론’에 대한 정보를 안내했으며, 상담내용을 캠코에 실시간으로 통보해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신고센터의 또 다른 상담원은 “정부가 검찰 경찰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관계 부처를 총동원해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에 그동안 신고를 꺼렸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는 것 같다”며 “신고내용에 대한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는 만큼 걱정하지 말고 수화기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권혁세 금감원장,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고센터 현판식이 개최됐다.

권 원장은 신고센터를 찾아 “정부가 금융지원, 신용회복, 법률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기로 한 만큼 불법사금융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상담원들을 격려했다.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는 국번 없이 1332번이나 금감원 홈페이지 참여마당, 서민금융 119를 통하면 된다. 금감원 서울 본원이나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지원을 직접 방문해도 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