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외아들 마크 대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마크는 8명의 총리를 배출한 명문 하로우 스쿨을 나왔지만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파리~다카르 랠리 도중 실종됐다가 구조돼 ‘철의 여인’이 눈물을 흘리게 한 건 시작에 불과했다. 1980년대 중반 이라크에 장거리 곡사포를 판매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더니 2004년엔 적도 기니의 쿠데타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50만달러의 벌금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의 다섯째 아들 한니발은 ‘국제 사고뭉치’로 악명을 날렸다. 2001년 이탈리아에서 경찰관을 폭행했는가 하면 2004년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포르셰를 시속 140㎞로 몰다가 적발됐다. 얼마 후엔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를 때려 경찰이 출동하자 권총을 꺼내들고 난동을 부렸다. 2010년 3박4일간 한국에 머물 때도 끊임없이 주변을 괴롭혔다. 밤 10시에 갑자기 호텔을 바꾸라고 소란을 피웠는가 하면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찾아 막무가내로 ‘부킹’을 요구하는 바람에 종업원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외아들 후하이펑 역시 요주의 인물로 꼽힌다. 산업스캐너 전문 기업인 누크테크의 대표로 일하면서 중국 주요 공항 보안검색 스캐너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 2008년 말 자산규모 100억위안에 자회사 30여개를 둔 칭화홀딩스의 당서기로 승진했지만 누크테크가 나미비아 정부에 뇌물을 뿌린 혐의로 조사를 받아 아버지를 난감하게 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외아들 보과과의 무절제한 유학 생활도 구설수에 올랐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 다니면서 툭하면 호텔 파티를 열고,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단다. 성적이 나빠 1년간 정학을 당했을 때도 파티를 즐겼을 정도다. 옥스퍼드대 담벼락에 방뇨를 하고 외국 여성들과 키스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잇따른 비행이 당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려 아버지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귀하게 키운 자식 버릇 없다는 옛말이 딱 들어 맞는다. 부모 ‘빽’이 워낙 든든하니 세상이 만만하게 보였을 게다. 우리 주변에도 잘못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애들 기죽는다며 방치하거나 과보호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어릴 적부터 ‘모든 행동엔 책임이 따른다’는 인식을 단단히 심어주지 않으면 자식도, 부모도 나중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