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를 투명하게 책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은행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로 번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신상품 인가 단계에서 보험사가 명시하는 예정사업비율의 적정성에 대해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이 금감원에서 신상품 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예정사업비율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비 내역을 공개하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다만 검사를 통해 사업비 규모가 적정한지 철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사업비를 넘어 과도하게 지출하는 초과 사업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중 상당액을 계약 1~2년 안에 보험 대리점이나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관행도 보험사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간섭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품을 판매한 이후 실제로 집행하는 사업비 규모가 당초 신고한 예정사업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사업비 공개 혹은 사업비 인하를 보험사에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험사 판매 채널이 다른 금융사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설계사와 대리점을 두고 상품을 팔고 있다.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설계사에게 나가는 일종의 임금 성격을 지니고 있어 사업비 조정은 바로 설계사의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과 비교해 사업비 규모가 높은 게 아닌데도 금융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무조건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사회적 압력을 넣으면 보험설계사의 실제 소득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보험설계사는 36만명 규모로, 월 소득이 100만원을 밑도는 설계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업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계약비(계약시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만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사들이 자율 경쟁으로 방카슈랑스 사업비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오히려 이를 막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