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가 획기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안겨줄 겁니다.” 100세 시대. 은퇴 후 30년이 넘는 여생을 어떻게 살아갈까가 화두다. 금융노년전문가인 한주형 퓨쳐모자이크연구소 소장(53·사진)은 “이제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니어 고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장년층 노후준비를 위한 ‘금융노년학’ 교육을 하고 있는 한 소장은 노령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해답을 기업이 찾아나설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요. 앙코르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 못지않게 건강과 가족, 여가, 교육, 봉사 등 비(非)재무적 요소들이 중요합니다. 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은 재무와 비재무분야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선 금융노년학이 새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였다. 고려대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뉴욕시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투자금융회사에서 일하다가 1997년 LG투자증권 M&A 팀장으로 스카우트돼 귀국길에 올랐다. 이후 M&A 전문업체인 글로벌앤어소시에이츠 등의 대표를 맡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부인이 암 선고를 받은 것. 결혼 20주년의 가혹한 선물이었다. 국내 사회활동을 접기로 결심한 그는 2005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달려갔다. ‘백수’로 지내던 그는 우연히 잰 와슬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대 노년학과장한테 “고령화는 곧 비즈니스”라는 말을 들었다. “기업에서 효율성, 수익성, 생산성만 따지다가 처음으로 사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 소장은 이때부터 고령자들이 겪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진국 노령화 정책을 들여다 보기 위해 실버타운 자원봉사부터 호스피스 활동까지 경험했다. 수술 뒤 회복한 아내로부터 “꿀꿀한 얘기 그만하고 젊은이들 얘기를 좀 하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노인 문제에 몰입했다. 한 소장은 2008년 교보생명 초청으로 다시 돌아왔다. 노년전문위원이란 직책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시니어비즈니스 컨설팅도 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실버산업이 글로벌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니어 비즈니스로 제2의 벤처신화를 낳을 수도 있다고 봐요. 20~30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장·노년층을 위한 ‘50플러스 커뮤니티’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시니어비즈니스의 롤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위대한 비즈니스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 소장은 24일 한경아카데미에서 금융인들을 위한 금융노년전문가(RFG) 자격증 과정을 개설한다. 시니어들의 심리·사회적 변화의 특징을 이해하고 비재무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