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NHN, 이해진이 옳다
창의나 혁신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있다. ‘하나의 직선을 사용해 5+5+5=550이라는 식이 성립하도록 하라’는 문제다. ‘=’에 짝대기를 그어 ‘≠’로 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에 도전하고 싶으면 글 읽기를 잠시 중단하고 매달려보세요)

필자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봤다. 하루 이틀 간간이 시도해봤지만 결국 풀지 못했다.

정답은 엉뚱한 곳에

해답은 첫번째 ‘+’의 왼쪽 위에 작은 직선을 그어 ‘4’로 만드는 것이다. ‘545+5=550’이다. 엉뚱하지만 알고 보면 너무 쉬운 문제다. 난센스 퀴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창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의식하면서 문제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실제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많은 기업들이 창의와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뒤집히는 사례가 더 많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그랬다.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일반 휴대폰(피처폰)에 안주했던 것은 아니다. 심비안이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2008년에는 이 회사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키아의 노력은 애플의 아이폰 한 방에 무너졌다.

시장은 노키아의 혁신을 ‘정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났고, 지난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까지 냈다. 코닥은 카메라 필름의 품질을 끊임없이 혁신해왔는데, 디지털카메라와 반도체메모리가 등장하더니 필름 시장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누가 경쟁자인지 당시에는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무가지들이 요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전철을 탄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이 지하철 무가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닌텐도마저 무너뜨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공항에 있는 서점의 경쟁 상대가 스마트폰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을까.

대기업도 끊임없이 혁신해야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혁신은 시장경제의 본질이다. 성공한 기업인도 늘 초조감에 휩싸인다. 네이버(naver.com)를 운영하는 NHN의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도 마찬가지다. 이 의장은 지난달 사내강연에서 “혁신은 천재적인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며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큰 회사도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NHN이) 출근 시간을 늦추고 사무 환경을 개선한 것은 절박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위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경쟁사에 비해 NHN은 노동 강도가 가장 약한 곳”이라고 질타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 의장의 강연내용을 보도(4월16일자 A15면)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반응은 뜨거웠다. 창업 단계의 벤처기업과 성숙한 기업의 근무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의장이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옛날 생각만 한다는 비판이 주류였다.

벤처기업과 대기업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같을 수는 없다. 대기업에서 시행하는 정규 근무시간 개념을 없애기 위해 통근버스를 폐지하고, ‘벤처기업 직원들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이 의장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기업도 혁신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본질은 다를 게 전혀 없다. 시장경제에서 ‘반석 위에 올라선 기업’은 없다. 이 의장의 문제의식이 옳다.

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