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타차 단독선두를 달리던 미야자토 아이(28·일본)가 12번홀(파3·144야드)에서 친 티샷이 그린 옆 벙커로 떨어졌다. ‘계란 프라이’처럼 모래 속에 볼이 박혔다. 설상가상으로 벙커샷은 그린 반대편으로 훌쩍 넘어갔다. 자칫 더블보기도 가능한 상황. 미야자토는 환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볼을 홀에 붙여 보기로 막았다.

#2. 1타차 선두를 추격하던 이미나(31)가 18번홀(파4·403야드)에서 141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샷이 뒷바람을 타고 그린을 오버해 벙커로 들어갔다. 벙커 바로 앞에 꽂힌 핀에 붙이려 했으나 샷이 다소 강하게 맞았다. 홀을 4m가량 지나친 볼은 ‘2단 그린’ 내리막 경사를 타고 데굴데굴 굴러내려갔다. 10m가 넘는 오르막 경사에서 첫 퍼팅을 짧게 친 이미나는 2.5m 보기 퍼팅마저 놓치며 더블보기로 주저앉고 말았다.

22일 하와이 오아후의 코올리나GC(파72·6421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롯데LPGA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마지막날 미야자토와 이미나의 우승 향방을 가른 것은 실수를 만회하는 ‘리커버리샷’이었다.

두 선수와 아자하라 무노스(스페인) 등 3명은 후반에 접어들면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이미나는 2~4번홀 3연속 버디와 7번홀 ‘칩인 버디’로 상승세를 탔다. 무노스도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미야자토는 전반에 버디와 보기 1개를 교환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게다가 12번홀 보기까지 범해 이미나에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그 보기는 보약이 됐다. 미야자토는 13번홀(파5)에서 12m짜리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1타차 선두로 복귀했다. 앞조의 이미나도 뒤질세라 15번홀에서 3m 버디를 성공시켜 동타를 이뤘다.

이미나는 이날 단 1개의 버디만 나올 정도로 어려운 16번홀(파3·191야드)에서 그린을 놓쳤으나 2.5m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17번홀(파4)에서도 그린을 놓쳤지만 어프로치샷을 80㎝에 붙여 연달아 파세이브를 했다.

그러나 미야자토는 15번홀 그린 에지에서 퍼터로 6m 버디를 성공시키며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고 17번홀에서도 3m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네 살 때부터 아버지한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미야자토는 155㎝에 52㎏의 작은 몸집이어서 드라이버샷 같은 장타력 대신 정확도와 쇼트게임을 주무기로 사용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57야드에 그쳤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83.9%, 그린 적중률은 66.7%에 달했다. 라운드당 퍼트 수는 26.8개에 불과했다.

이미나는 마지막 18번홀에서 통한의 더블보기를 범하며 무노스와 함께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미야자토에게 4타 뒤진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6년 이 코스에서 열린 필즈오픈에서 우승했던 그는 “이 코스를 좋아한다. 오늘 아이언샷과 퍼팅이 잘됐는데 18번홀에서 두 번째샷이 바람의 영향으로 벙커에 빠진 데 이어 3퍼트를 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인상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소연(22)은 합계 7언더파로 4위에 올랐다. 신지애(24), 유소연과 동반 라운드를 펼친 청야니(23·대만)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2타를 잃고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0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7개 대회 모두 ‘톱10’에 들었다. 신지애는 합계 5언더파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프로 잡는 아마추어’ 김효주(17·대원외고2)는 이날 2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로 공동 12위에 오르며 LPGA 첫 출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내년에는 프로로 이 대회에 다시 출전한다.

한편 첫날 4언더파를 쳐 단독 1위에 올랐던 베스 베이더(39·미국)는 본선 진출자 가운데 꼴찌인 74위(합계 16오버파)로 대회를 마치는 진기록을 남겼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