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납품업체 "우리 피해는 어디 호소하나"
전국 39개 기초자치단체의 대형마트 114곳이 22일 의무휴업에 들어갔다. 전국 대형마트의 약 30%에 해당하는 점포가 한꺼번에 문을 닫은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평일 개점시간을 오전 10시에서 8시로 2시간씩 앞당기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대형마트에 임대료를 내고 영업하는 자영업자와 신선식품을 공급하는 일부 납품업체들은 줄어든 주말 매출을 보전할 ‘뾰족한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롯데마트 송파점의 임대매장인 시푸드 뷔페 ‘씨앤모아’의 양동열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강제휴무일인 둘째·넷째주 일요일에 예약된 돌잔치를 취소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양 사장은 “몇 달 전부터 예약한 손님 중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분들이 있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일요일마다 평균 2~3건의 돌잔치를 통해 600만~700만원 안팎의 매출을 냈다. 양 사장은 “매장이 대형마트 안에 있을 뿐 나도 4년 전 창업한 자영업자인데 당혹스럽다”며 “월 2회 강제휴무로 10%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말 집객효과’를 노리고 로드숍(가두매장)에서 대형마트로 옮겨온 자영업자들도 같은 고민이다. 경기 안양에서 가두매장을 운영하다 8년 전 이마트 천호점으로 이전한 ‘아식스’ 점주 이윤혁 씨는 “평일 매출은 150만원 선이지만 토요일엔 200만원, 일요일엔 500만원어치를 판다”면서 “차라리 ‘계속 로드숍에서 영업하는 게 나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이마트는 무더기 의무휴업 첫날인 이날 전국 41개 점포의 푸드코트, 안경점, 세탁소 등의 테넌트(임차) 매장에서 15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이마트 공항점에서 2년째 ‘렌즈맨’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태영 점장은 “평일 고객이 150~200명인 반면 주말에는 350~450명이 방문해 2배 이상의 매출을 냈는데 강제로 쉬어야 한다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신선식품을 공급해 온 납품업체들은 물량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에 생고등어, 자반고등어 등 수산물을 납품하는 부산 ‘세동상사’는 연매출 150억원 중 80%(120억원)가 이마트에서 나온다. 박태근 세동상사 부사장은 “재래시장을 위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대형마트를 안정적 판로로 둬 온 우리가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에 친환경 쌈 채소를 연간 20억원어치씩 납품하는 ‘천지원’의 김병귀 사장은 “지난해 큰맘 먹고 시설 투자를 했는데 이를 회수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중림동 재래시장의 한 수산물 상인은 “대형마트 납품업체들의 매출이 일부 줄어든다 해도 우리 한 달치 매출에 맞먹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강동구에선 천호시장과 이마트 천호점이 동시에 쉬어 인근의 현대백화점 천호점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임현우/송태형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