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적응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면서 ‘탄소배출권 거래 컨설턴트’가 신생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원하는 기업에 관련 자문과 매매계약 주선 등을 해주는 직업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04~2011년 사이에 새로 생겨난 직업으로 보고 ‘한국직업사전 2012년판(통합본 4판)’에 등재했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전문기업은 ‘한국탄소금융’이 유일하다. 2008년 한화투자증권 KT&G 후성 휴켐스 등이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의 박순철 탄소거래팀장은 “탄소배출권 거래는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업종”이라며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규모는 2007년 630억달러였다가 다음해 1351억달러로 급성장했고, 2010년에는 1419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국내 탄소시장은 없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배출권거래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박 팀장은 “국내 시장이 생기면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회사가 이 분야 전문인력을 뽑거나 관련 자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력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어서 직종의 전망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졸자들은 타이밍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경력만 소규모로 뽑고 신입은 거의 뽑지 않기에 국내 탄소시장이 만들어지는 시기를 잘 살펴야 한다. 박 팀장도 2001년 입사한 에너지관리공단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가 2009년 이 회사로 옮겨왔다.

박 팀장은 청정개발체제(CDM)를 통해 만들어진 감축실적(CER)을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사고 파는 일을 주로 한다. CDM은 특정 기업이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하면, 이를 통해 줄어든 만큼의 온실가스를 해당 기업의 배출권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다른 기업이 갖고 있는 CER을 거래 중개하거나 직접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해 CER을 얻어 판매한다. CER 거래를 희망하는 기업에 시기와 타이밍을 자문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이를 위해 배출권거래시장 동향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평소에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이 많다. 장내거래는 컴퓨터로, 장외거래는 전화로 하기 때문이다. 거래 무대가 해외인 만큼 국제적인 시각은 필수다. 실제로 한국보다는 외국 사람들과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거래처,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등이 주요 의사소통 대상이다. 박 팀장은 1년에 4~5번 정도는 거래소나 거래처가 있는 국가를 방문하기도 한다. 현지에서 시장상황을 체크할 필요가 생기거나, 직접대면을 통한 계약이 필요한 큰 건이 있을 때 나간다.

박 팀장은 “외국시장에 맞춰 일하다보니 시차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많다”며 고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거래소 ‘블루넥스트’의 경우 개장 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새벽 2시다.

이 분야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환경 정책이나 지구촌 에너지 상황 등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관련 분야에 특화된 대학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위는 석사 이상, 전공은 상경계열이나 공학계열이면 무난하다. 연봉은 신입의 경우 2500만~3000만원이고 경력은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