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독일시장 '대질주'…1분기 수입차 시장 1위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 최대 자동차 격전지인 독일 수입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판매 1위에 올랐다. 1990년 현대차가 독일에 진출한 지 22년 만이다.

23일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IK)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1~3월) 독일에서 3만9565대를 팔았다.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르노를 2위(3만8363대)로 밀어내고 수입차 판매 1위(현지 생산 외국 브랜드 제외)를 기록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만2955대로 4위로 처졌다. 현대차(2만6137대)만 따져도 도요타 판매량을 크게 앞선다. 기아차는 1만3428대를 팔았다.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1분기 독일 자동차 수요(내수)가 1.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기아차는 작년 1분기보다 33.5% 많이 팔아 주요 자동차 업체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 순위(현지 브랜드 포함)도 지난해 9위(시장 점유율 4.06%)에서 올 1분기 7위(5.11%)로 두 계단 뛰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에서 8만6866대를 팔아 도요타(8만3200대)를 처음 앞질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정면 돌파하라’고 주문한 것이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독일에서 쾌속 질주하는 것은 값 싸고 성능 좋은 유럽 전략 차종을 투입한 데다 독일 현지 직영법인을 세워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차는 ‘i10’ ‘i20’ ‘i30’ 등 경쟁력 있는 차종을 내세워 독일 시장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i40’와 ‘신형 모닝’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체코공장에서 만든 ‘신형 i30’를 선보였다.

유럽 주력 모델인 i30의 경우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 성능과 연비가 뒤떨어지지 않는데 가격은 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올초 독일에 직영판매 체제를 구축, 고객과 딜러 관리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이 효과를 내면서 그동안 르노와 피아트 같은 유럽 브랜드 대중차를 타던 독일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로 돌아서고 있다(박상원 유진투자증권 기업분석팀 과장)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현대·기아차가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독일은 양산차부터 고급차까지 자국 브랜드를 갖고 있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고 까다롭다”며 “독일 수입차 1위에 오른 것은 현대·기아차의 품질과 디자인, 서비스 수준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