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MB(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정면 겨냥하고 나섰다.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터에 대규모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인·허가와 관련, 최 전 위원장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청탁대가” vs “개인비용”

최 전 위원장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로커 이모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시인했다. 그러나 인·허가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고, MB(이명박 당시 서울시장)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며 “이씨가 당시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지원을 해줬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모 전 (주)파이시티 대표와 이씨가 함께 찾아와 파이시티와 관련해 인·허가 청탁을 했지만 ‘이 시장에게 그런 부탁할 처지가 아니니 다른 방법으로 추진해보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청탁과는 무관하게 개인적 인연으로 돈을 지원받았으며, 사용처도 여론조사 등 개인비용으로 썼다는 주장이다. 복합물류단지에 대한 건축허가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11월에 나왔다.

이씨는 최 전 위원장의 고향 후배로 (주)파이시티 인·허가가 진행중이던 2005년 12월 이 전 대표에게 박영준 전 차관도 소개했다.

○대선 자금 수사로 확대 가능성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씨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돈이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갔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미 검찰은 이 전 대표로부터 “2007~2008년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브로커 이씨에게 11억여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실제로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네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브로커 이씨와 최 전 위원장 등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수사범위와 관련, 검찰은 “현재로선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2007~2008년 기간 중 로비부분만 수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용처를 공개함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자금에 해당될 경우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 5년이 지났는지가 문제지만 검찰은 “(여러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는)포괄적 범죄로 단죄할 수 있다”며 수사의지를 내비쳤다. 박영준 전 차관 연루의혹에 대해 검찰은 “언론에 나와 곤혹스럽다. 구체적 범죄혐의가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당혹스러운 청와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뭐라고 얘기할 게 없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려온 최측근인 최 전 위원장마저 금품수뢰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한 데 대해 긴장하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병일/차병석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