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일본형 민간 임대주택회사 등장할까.

우리보다 20년 정도 앞서 민간 임대주택시장이 급성장한 일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임대주택 전문 개발회사와 관리회사가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인구구조 변화와 월세화 진전으로 임대주택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민간 임대주택회사 급성장

일본에선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인구구조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민간 임대주택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전만 해도 청년기에 임대주택에 살다가 중년에 분양아파트로 내집 마련을 하고 장년기에 단독주택에 사는 게 일반적인 주거 패턴이었다. 하지만 버블 붕괴 이후 중장년기에도 분양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투자가 금융투자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된 영향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일본 민간 임대주택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됐다. 총 인구가 감소하는 데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 영향으로 가구 수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특징적인 것은 도쿄권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개발과 공급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도심 거주를 선호하는 ‘도심 회귀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또 미혼 1인가구, 자녀 없는 2인 부부가구, 사별이나 이혼한 중장년 1인가구, 고령 부부가구 등 가구별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주택공급이 진행됐다. 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주택의 크기나 시설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다양한 민간 임대주택회사의 등장이다. 우선 기업들이 보유토지 활용을 위해 임대주택을 짓는 사례가 등장했다. 민간 임대주택회사가 토지를 사들여 임대주택을 짓는 케이스도 나타났다. 주로 고급임대아파트 중심이었다.

임대주택회사가 지주의 땅을 활용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형태도 등장했다. 지주 입장에선 토지를 빌려주고 지대를 받는 구조다. 건축과 입주자 모집 등에 따른 번거러움을 덜 수 있다. 사업자는 토지 구입자금이 나가지 않아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개발할 수있다.

임대주택사업자가 개인이 소유한 임대주택을 장기간 빌려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임대주택 소유주는 임차인관리 시설관리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있고, 사업자 측에선 직접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임대주택 회사 나올까

일본과 우리나라 수익형 임대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임대주택 전문회사의 유무다. 일본에선 임대주택 전문회사가 임대주택을 개발하고 관리한다. 분양을 해서 수익은 내는 게 아니라 관리·운영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임대주택 전문회사가 없다. 건설사는 분양을 통해 수익을 낸다. 일본처럼 보유하면서 자산관리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그러다 보니 분양받은 개인이 개·보수 임대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본 같은 임대주택 전문 개발·관리회사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에 땅을 가진 지주들이 소형 임대주택을 개발하길 원하지만 이를 수행할 만한 신용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일본의 임대주택 개발·관리 사업과 같은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임대관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