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5일 군사 퍼레이드에서 신형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미국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이 미사일이 종이로 만든 가짜인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개된 미사일이 전시용 모형일 수는 있지만 종이로 만들었다고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서방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갑자기 공개했다면 새로운 위협은 아닐 수 있다. 기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단 로켓의 통합과 지상검증시험, 비행시험 등에 장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험비행도 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는 것은 더더욱 터무니없어 보인다.

한편 지난 13일 아침 북한은 발사시간에 대한 예고 없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다. 로켓은 발사 이륙 후 135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우주사고의 원인 분석은 결코 간단치 않다. 비행사고 전까지의 각종 데이터가 있어도 어렵다. 북한이 제공한 1단 로켓의 예상 낙하지점이 맞다면 1단 로켓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폭발했을 확률이 높다. 로켓 기술은 시행착오의 기술이다. 수많은 단품 중에 단 하나만 오류를 일으켜도 로켓은 실패할 수 있다. 북한이 은하 로켓 발사에 연속적으로 실패했지만 40여년간 축적된 북한의 로켓기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로켓 발사를 통해 북한은 처음으로 직접 개발한 광명성 3호 위성을 공개했다. 100㎏급의 소형위성으로 북한의 위성기술 수준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위성 내부를 볼 수 없어 세부적인 구성품과 기능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위성은 우리나라와 서방의 대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개발할 수 있다.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위성의 측면은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셀로 덮여 있다.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약 200W 정도로 알려졌다. 이 중 두 패널은 우주에서 전개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이다. 아래 면에는 위성과 3단 로켓을 연결해 주는 위성 어댑터가 있다. 위성 어댑터의 반대 면에는 지구관측카메라와 태양센서, 안테나 등이 탑재돼 있다. 위성이 지구를 바라보는 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제2의 탑재체, 지구센서, X-밴드 안테나 등이 올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장착된 안테나를 보면 사용하는 주파수는 UHF/VHF-밴드로 보인다. 카메라의 경통은 직경이 작아 해상도는 100m 안팎이다. 이 정도의 카메라로 지구관측을 통해 실용급의 데이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개한 2년의 위성 수명을 위해서는 열악한 우주환경에 견딜 수 있는 전자소자 및 부품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는 중국이나 이란의 직간접적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당시 광명성 3호 위성은 청정실이 아닌 일반 실내에서 공개됐다. 참관단 누구나 위성에의 접근이 가능해 보였다. 부품을 단열재로 덮은 것을 봐서는 공개한 위성이 비행모델인데 품질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반적으로 위성은 각종 오염, 정전기 등에 무척 민감해 청정실로 된 위성 조립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품질관리가 안 된 위성이 발사되면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액체로켓엔진을 이용한 우주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개발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인프라 아래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래도 우리 군의 미사일로 사용되는 고체로켓기술만큼은 북한보다 앞서 있다. 20년 가까운 개발 경험을 가진 우리의 실용급 위성기술도 독자개발이 가능한 수준에까지 왔다. 소형위성은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을 갖췄다.

한 나라의 우주기술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적 능력과 비례한다. 우주개발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이란이 국가경제의 발전 및 오일 머니를 통해 우주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우주기술 수준은 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북한의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위협이 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 수준이 더 진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영근 < 한국항공대 교수·우주공학 ykchang@ka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