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여성 전문병원의 여의사 자택을 급습해 장롱 베란다 책상 등에 숨겨 놓은 5만원권 지폐 4만8000장을 찾아냈다. 현금 24억원이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미용, 비만 등의 클리닉을 운영해온 이 병원장은 고액 비보험 진료기록부를 병원 명의 오피스텔에 숨기고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한 후 신용카드 결제 수입만 신고하는 방법으로 수입금액 45억원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이 의사에게 소득세 등 19억원을 추징하고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24일 이처럼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고소득 자영업자 596명을 무더기로 적발해 총 363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유명 성형외과 의사 자택 비밀창고에서는 5만원권 6000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의사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대신 현금으로 받은 수술비를 전부 개인 창고에 보관하는 등 수입금액 114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소득세 등 69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한 성형외과의 경우 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해 본인 소득을 고용 의사의 소득으로 분산 신고하는 방식으로 소득금액 37억원을 탈루했다. 이 병원은 또 같은 상호를 쓰는 다른 지역 병원을 관리하는 병원시설 관리법인을 별도로 설립한 뒤 수입금액 6억원을 누락하는 등 총 72억원의 소득을 탈루했다가 소득세 등 31억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고급 스파, 룸살롱, 피부관리숍, 피부과, 미용실 등 고액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의 세금 탈루가 많다는 점을 포착해 올해 이들 업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세청이 ‘사치성 업종’이라는 항목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스파, 피부과 등 30여곳과 호화·사치 생활 사업자 10여명이 세무조사 대상”이라며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호화·사치 생활을 일삼는 행태를 이번 기회에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