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만들겠다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KONEX)을 놓고 말들이 많다. 코스닥시장과 프리보드(free board) 시장의 실패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판에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또 열겠다니 그런 것이다. 재작년에는 프리보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던 금융위가 올해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 연내에 신시장을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이니 과연 성공할지 의문만 생긴다. 다음달 3일에는 한국거래소 주관으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형국이다.

코스닥ㆍ프리보드 보면 모르나

신시장은 코스닥시장과 프리보드의 중간단계쯤 된다. 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려니 코스닥보다 진입·퇴출요건과 공시의무 등을 대폭 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시장에는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업체와 정책금융기관,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로 참여하고, 일반투자자는 헤지펀드에 5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큰손만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벤처캐피털 회사들도 상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투자자금을 중도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고 금융위는 강조한다. 5만여개에 달하는 비상장 벤처·중소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은행 대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자금줄을 만들어준다니 꿈만 같을 것이다.

그러나 신시장도 엄연히 차익을 얻기 위해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것도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 본질이다. 머니게임으로 흐를 게 당연하다. 게다가 정규시장에 비해 투자자 보호에서 생태적인 한계가 있다.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투자자 리스크가 커지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탓이다. 상장을 쉽게 해주기 위해 자기자본이나 매출 등 재무적 요건을 느슨하게 만들고 상장 후엔 영업보고서를 연1회 결산기에 약식으로 낼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퇴출 요건도 허술해 코스닥기업에 적용되는 유통주식 부족,주식분산 요건 미달 같은 조항은 물론이고 5년 연속 적자, 자본잠식 같은 기본적인 재무요건도 빠져 있다. 아무리 기관이라도 부실기업을 파악하기가 막연할 것이다. 벤처캐피털 회사가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관에 총알받이 책임을 맡으라는 관치가 작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소형 벤처캐피털·군소 연기금 간에는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짙다. 해외에서도 대형IB와 헤지펀드 간에 수익을 얻기 위해 속고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장차 폭탄돌리기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정보력이 떨어지는 중소 기관일수록 온통 피해를 뒤집어쓸 것이다. 선의의 투자자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일반이나 기관이나 다르지 않다. 전국투어를 벌이면서 투자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금융당국이 부실시장을 만들려고 하니 이런 자가당착도 없다.

유망기업 머니게임 유혹말라

강소기업 중에는 증시 상장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곳들도 많다. 상장 이후 의도와 무관하게 투기판으로 끌려들어가 망가진 기업들을 수많이 봐왔던 까닭이다. 코스닥에 들어가면 오히려 회사 이미지만 해친다는 인식도 강하다. 코스닥도 당초 출발할 때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 거품을 만들어 이 지경이 됐다. 프리보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신시장을 만들 게 아니라 있는 시장이나 잘 관리하라는 냉소적인 반응들이 왜 나오는지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려는 것은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꽉 차 있어서일 것이다. 유망 벤처·중기를 또 다시 머니게임으로 유혹하지 말라.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