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현실로…우주서 희토류 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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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감독·구글 손잡고 우주 자원개발 회사 설립
3000만弗 들여 6명 보내…직경 70m 소행성서 1000억 달러 채굴 프로젝트
3000만弗 들여 6명 보내…직경 70m 소행성서 1000억 달러 채굴 프로젝트
‘22세기 중엽, 지구는 자원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RDA(자원개발행정)라는 기업이 우주에서 ‘판도라’로 불리는 행성을 발견한다. 이곳에 매장된 ‘언옵타늄’이라는 물질은 ㎏당 2000만달러(가공시 4000만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광물. RDA는 판도라에 기지를 짓고 언옵타늄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성의 토착민인 나비족과 갈등을 빚고, RDA는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결합한 ‘아바타’를 개발한다.’
2010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의 줄거리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캐머런 감독과 구글의 래리 페이지 창업자,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 등이 투자해 2009년 설립한 플래니터리리소스가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우주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
◆연간 수백억달러 가치 창출
플래니터리리소스는 24일 미국 시애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구근접소행성(NEA)에서 귀금속과 물 등 원재료를 채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비용이 적게 드는 탐사 기술을 개발해 우선 자원이 풍부하고 접근하기 쉬운 소행성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에릭 앤더슨 공동창업자는 “소행성에서 추출한 자원들은 지구에 무한에 가까운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며 연간 수백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명의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데 2500만~3000만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직경 70m인 소행성에는 1000억달러에 달하는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희토류와 물
플래니터리리소스가 개발하겠다고 밝힌 자원은 백금속(platinum)과 물이다. 루테늄, 로듐, 팔라듐, 오스뮴, 이리듐 등의 백금속은 광석에 극미량이 매장돼 있는 데다 분리하기도 어려워 ‘희토류(희귀금속)’로 분류된다.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첨단 산업에 많이 쓰인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해 전 세계는 이를 확보하기 위한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플래니터리리소스는 우주 개발을 통해 이 같은 자원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경 500m 크기 행성의 백금속 매장량이 그동안 지구에서 추출한 전체 백금속 양에 맞먹는다는 것. 피터 다이아만디스 공동창업자는 “백금속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밀도집적회로 등을 제조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플래니터리리소스의 또 하나의 목표는 수자원 확보. 우주에서 물을 확보하면 더 깊은 우주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주장이다. 우주 여행자들에게 물과 연료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소와 수소를 분리함으로써 우주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공기를 만들거나 로켓 추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원 개발을 위한 우주산업시대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플래니터리리소스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9000개의 알려진 NEA 중 1500개는 달에 가는 것만큼 접근하기 쉽다는 것. 게다가 이 회사는 소행성들이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는지 관찰하는 아키드(Arkyd)-100이라는 우주 망원경을 이미 개발해놨다고 밝혔다. 슈미트 CEO는 “과거 자원을 찾는 과정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던 것처럼, 자원에 대한 추구가 우주시대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