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한 것은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발병 경위 등을 파악할 때까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수입 소고기 제품의 개봉 검사 비율을 현행 3%에서 10%로 강화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지만 현재 갖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당장은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미국 정부에 광우병 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정확한 병인과 발병 경로 등이 파악될 때까지 한국과 미국 간 민감한 통상 현안인 소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소는 월령(월 단위 나이) 30개월 이상으로 20개월 이하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는 일본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단의 수입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농무부는 24일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하던 젖소 한 마리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소 해면상뇌증은 일명 광우병으로 불린다. 농무부는 성명을 통해 “문제의 젖소 사체는 주 당국이 관리하고 있으며, 곧 폐기 처분할 것”이라면서 “시중 소비자용으로 도살한 적이 없고, 우유는 BSE를 옮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젖소에서 추출한 샘플은 농무부 산하 국제수의연구소에서 검사를 거쳤다”며 “검사 결과를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연구소가 있는 캐나다와 영국 실험실에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확인된 광우병 사례는 모두 29건이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992년 3만7311건에 비해 99%나 줄어든 것이다.

한편 롯데마트 롯데슈퍼 GS수퍼마켓 등 일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들은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고려해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 광우병

소 해면상뇌병증(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소에게 발병하는 치명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뇌와 척수가 스펀지 모양으로 변하고 눈이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광우병과 증상이 비슷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은 소에서 발병해 인간에게도 옮긴다.


서보미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