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5일 오후 2시7분 보도


두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실장이나 전략기획본부장과 같은 명칭을 쓰지 않는다. ‘CFO’라는 직함을 그대로 사용한다. CFO라는 타이틀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통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 매출의 61%가 해외에서 일어나고, 인력의 49%가 외국인으로 이뤄진 글로벌 기업다운 호칭이다. 또 ‘계급장’보다 역할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의 CFO들은 두산이 내수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변신의 핵심 전략인 인수·합병(M&A)을 이끈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세계 각지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두산그룹 CFO들에게 글로벌 역량은 핵심 덕목이다. 두산 CFO들은 ‘M&A에 강점을 가진 글로벌 재무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리학 박사 출신까지

두산그룹의 대표 CFO는 지주회사인 ㈜두산의 이상훈 재무총괄(사장)이다. 이 재무총괄은 기업들에게는 흔치 않은 물리학 박사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2004년 맥킨지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파트너를 지냈다. 2004년 두산에 들어와서는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밥캣, 스코다 파워 등의 M&A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다. 지금은 재무총괄로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재무 플랜을 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내 M&A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CFP(Corporate Finance Project)팀과 재무역량 제고를 위한 재무혁신팀도 관장하고 있다.

㈜두산에서 일상적인 재무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은 최형희 CFO(전무)다. 강원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두산에 입사했다. 2005년 두산중공업으로 옮겨 재무경영관리팀장 등을 거친 뒤 작년까지 CFO로 일했다.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 인수 이후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각 계열사의 주요 재무 사안도 조율하고 있다.

김병민 ㈜두산 재무혁신팀장(전무)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두산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두산인프라코어에 있으면서 재무혁신팀장 등을 지냈다. 통상적인 재무 업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용만 ㈜두산 IR팀장(전무)은 전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입사했다. 기획부문장을 맡다가 지난해 IR팀장에 선임됐다.

○계열사 CFO들

장명호 두산중공업 CFO(전무)는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두산건설에 합류했다. 2008년부터 3년간 두산인프라코어 CFO를 맡다가 올해 두산중공업 CFO로 자리를 옮겼다. 주요 계열사를 거치면서 성과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진 회계와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이호철 두산인프라코어 CFO(전무)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두산에 입사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지주회사의 CFO로 재직하면서 자금 통합관리 체계를 만들었다. 두산캐피탈과 합작으로 중국에 설립한 융자리스회사인 DCFL의 초기 운영을 안정화시키는 역할도 했다.

송정호 두산건설 CFO(전무)는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두산건설의 전신인 동산토건에 입사했다. 재무조직을 두루 거쳐 2007년부터 CFO가 됐다. 건설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는 재무 전략을 짰다. 중장기 성장을 주도할 새로운 사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조남석 두산엔진 CFO는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두산식품에 입사했다. 두산음료와 OB맥주 등에서 근무했다. 2007년 두산중공업에서 재무부서를 거쳐 2008년 두산엔진 CFO가 됐다. 지난해 두산엔진의 증시 상장 업무를 주도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