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삼성그룹 자문을 지낸 이창우 명예교수가 쓴 ‘다시 이병철에게서 배워라’에는 다음과 같은 사건이 소개돼 있다.

어느 해 2월 저자가 진행한 사장단 교육이 끝난 다음날 오후 비서실과 연수원에서 난리가 났다. 이병철 회장이 사장단을 소집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무엇을 배웠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사장들이 대답한 내용을 들어보니 영 말이 안 되는 대답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이 교수에게 내일부터 당장 다시 교육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 교수는 “교육을 하려면 교재도 준비해야 하고, 아무래도 내일부터 다시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비서실에 연락해 “사장들이 배웠다고 대답한 내용을 이 교수에게 보여주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교수는 비서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갖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해봤다. 사장들이 배웠다고 대답한 내용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배운 내용과 자기 결점을 종합해 회사 일에 무엇을 반영하겠다는 대안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교육은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거나 결함을 찾아내 시정하려는 좁은 의미의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조직의 장(長)으로서 그 조직을 위해 자신의 결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를 생각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병철 회장이 생각한 교육

이 교수는 다음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의 관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자신의 일과 강의를 연관시켜 들어야지, 강의 따로 회사 일 따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결론으로 강의를 마쳤다. 이 회장은 다시 몇몇 사장을 불러 무엇을 배웠냐고 질문했고, 사장들의 대답은 다시 한번 이 회장을 실망시켰다. 사장들이 자신의 개별적 역량으로 문제를 풀려는 오래된 습관이 문제였다. 이 회장이 원하는 적절한 대답과 차이를 보였던 것.

이 회장은 이 교수에게 다시 한번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교수는 “회장님, 강의하는 것은 한 사람이고 듣는 사람은 30~40명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전달해야 할 내용은 이미 다 전한 것 같습니다. 사정에 따라서 어떤 내용은 필요 없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부족한 점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교육을 일률적으로 하니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무릎을 치면서 “맞다. 이 교수가 개별적으로 사장들을 교육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장 개개인에게 자기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기가 속한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기록해 오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떤 대책을 세우겠느냐를 적어 비서실에 제출하게 했다. 그리곤 사장들이 적어온 내용이 이 회장이 느끼는 불만과 일치하는지, 또는 비서실에서 조사한 리더십, 조직문제나 진단과 일치하는지를 검토한 뒤 사장과의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그렇게 30여명의 사장에 대한 개별적이고 집중적인 면담이 끝나고 나서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 회장은 그제서야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을 잡으며 “이 교수, 교육은 그렇게 하는 것이야”라고 했다.

이 교수가 이 회장의 불만으로 인해 세 번째 실시했던 사장들과의 개별 면담은 ‘비즈니스 코칭’과 비슷하다. 수십년 전 이 회장은 비즈니스 코칭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사장단 교육에 이미 코칭을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즈니스 코칭은 기업의 리더에게 현재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개선하겠으며, 어떤 방법으로 개선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비즈니스 코칭 목적은 변화와 성과

비즈니스 코칭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변화와 성과다. 비즈니스 코치는 고객의 코칭 주제에 따라 변화를 이끌어 내거나 또는 고객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pushing), 이끌어줄(pulling)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지금도 변화와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코칭이 교육이나 컨설팅과 다른 점은 코칭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칭은 변화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와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그 사람 내부에 있다’는 철학을 믿는다. 교육이나 컨설팅이 도움(help)을 주는 접근이라면, 코칭은 후원(support)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코칭 관점에서 말하는 도움과 후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맨홀에 빠졌는데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맨홀에 빠진 사람이 큰 소리로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이때 누군가가 돕는다면 이것은 ‘도움’이다. 반면 어떤 사람이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따려고 사다리를 놓았다. 그런데 사다리가 놓인 장소의 지면이 고르지 못해 흔들거렸다. 그냥 올라가도 무리는 없어 보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위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사다리를 붙잡도록 했다. 이때 누군가가 사다리를 잡아준 것은 ‘후원’이다.

둘 다 도움을 요청한 것은 같다. 그러나 도움을 청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사람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코칭적 관점에서 본다면 맨홀에 빠진 사람의 경우 ‘도움’은 요청한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에서 받는 것이고, ‘후원’은 사다리로 사과를 따려던 사람의 경우와 같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상태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코칭은 ‘후원’을 하는 것이다. ‘도움’적 접근을 절대적으로 피한다. 도움을 청한 상대가 무력한 상태라는 것을 가정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존재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코칭은 ‘help’ 아닌 ‘support’

코칭 철학을 믿고 임하는 대화는 조직 내에서 지금까지 사용해온 대화 방법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코칭 철학의 첫 번째는 지시적 대화나 일방적 대화가 아닌 질문을 통한 배려적 대화를 하도록 만든다. 코칭 철학의 두 번째는 답을 주려는 ‘티칭(teaching)’ 형태의 대화가 아니라 경청과 질문의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코칭 철학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코치는 세 가지의 코칭 스킬을 배워야 한다. 경청스킬, 질문스킬, 인정·칭찬스킬이다.

이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삼성 사장단에게 세 번에 걸쳐 재교육이 이뤄진 것은 각 사장별로 갖고 있는 개인적 욕구와 문제점을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에 실시한 사장 개개인과의 면담을 통해 리더에게 현재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래서 무엇을 개선하겠으며 어떤 방법으로 개선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아 해결하도록 돕는 과정이 비즈니스 코칭이다.



안병균 <경영자 전문 코치>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졸업, KAIST 정보통신공학 석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LG데이콤 천리안기술팀장, 하나로텔레콤 EC사업실장, 하나로드림 대표이사 △SK그룹, 포스코, LG그룹, 하나은행 등 임원 코칭 △현 한국코치협회·국제코칭연맹·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연세대 코칭아카데미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