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콤팩트 카메라 ‘미러팝 MV 800’의 별명은 ‘셀카(셀프카메라·자가촬영) 디카(디지털 카메라)’다. 180도 회전하는 액정표시장치(LCD) 덕에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얼굴과 표정을 직접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지난해 9월 시판된 이후 6개월 만에 10만대가 판매됐다. 이 카메라는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셀카’ 좋아하는 한국인

'셀카' 사랑하는 한국인…"예쁘게 찍는 카메라 좋아요"
삼성전자의 카메라 전체 매출 가운데 ‘셀카 전용 카메라’ 판매액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 개발팀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유독 셀카를 좋아해 2009년부터 셀카를 찍는 데 특화한 카메라를 내놓고 있다”며 “여성층을 공략한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풍경 사진보다는 인물, 특히 ‘셀카’ 사진에 최적화된 기능을 빼놓지 않고 탑재하고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도 이 점을 적극 반영했다는 것이다.

셀카를 좋아하는 현상은 미니홈피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국가마다 ‘미니홈피’에 올리는 사진의 특징이 다르다”며 “한국인들은 ‘셀카’나 친구 사진 등 인물 사진을 주로 올리는 반면 일본인들은 취미와 관심사에 대한 사진을 많이 올린다”고 설명했다.

◆자기노출 욕구 표출수단

전문가들은 셀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 것에 대해 “자기노출 심리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 사람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의식한다”며 “타인이 되어 지금 내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이를 자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NS의 발달이 ‘셀카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곽 교수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보여주고 싶은 자기노출 욕구는 그동안 마땅히 보여줄 창구가 없어 잠재돼 있었던 것”이라며 “SNS가 발달하면서 그런 욕구가 인터넷에 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기로 메이크업까지

이런 현상을 반영해 소니는 ‘사이버샷’ 시리즈에 주름이나 피부 잡티를 제거해주고, 눈 코 입을 뚜렷하게 표현해주는 ‘뷰티샷’ 기능을 탑재했다. 피사체가 활짝 웃고 있을 때 사진이 자동으로 찍히는 ‘스마일셔터’ 기능도 적용,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 웃음의 정도도 선택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인물 사진과 관련한 기능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의 ‘VH-210’은 피부는 물론 눈동자까지 보정하는 18가지 ‘뷰티모드’ 기능을 지원한다.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카메라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인물 사진이 잘 나오는 F18 단렌즈가 ‘여친렌즈’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남자들이 여자친구를 위해 주로 구입한다고 해서 이런 별명을 얻게 됐다. 화각 85㎜에 조리개 값 1.8인 이 렌즈는 배경을 흐릿하게 하고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아웃포커싱’ 기능에 특화한 제품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