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더 이상 유랑자나 몽상가, 순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행복은 집단, 기관 그리고 국가와도 이어져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사람들이 누군가의 행복과 평화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이끌어주기를 소망합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전 세계 정치지도자 200명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넣은 책 한 권을 선물했다. 한국어로 번역돼 나온 책 제목은 《세상 모든 행복(The World Book of Happiness)》. 벨기에 교육잡지 ‘클라세’ 편집장이자 작가인 레오 보만스가 세상 모든 곳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모아 엮은 책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대 연구팀이 만든 ‘행복세계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논문 8000건을 검토해 50개국 100명을 선정, 이들로부터 행복을 주제로 한 1000단어 안팎의 짤막한 에세이를 받았다.

필진 자신의 행복론을 담은 글들은 간결하면서도 웅숭깊다. 과학적 데이터를 곁들인 글들의 행간에서는 행복에 대한 간단치 않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스타브로스 드라코풀로스 그리스 아테네대 교수는 “인간의 욕구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며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할 것 같아도 더 많은 돈이 길라잡이가 되어 행복의 나라로 안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된다면 자유, 신뢰, 관계 등 소득 이외의 다른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행복자산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수명 변화에 따른 심리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낸 게리 레커가 인용한 마이클 포다이스의 ‘행복을 위한 14가지 행동지침’은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활동적이고 바쁘게 살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현재에 집중하며, 무엇보다 행복에 높은 가치를 두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긍정심리학자 두브라브카 밀코빅과 마이다 리아벡은 “행복이란 매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한 끼 식사와 같다”며 ‘행복 요리법’을 내놓는다.

이들이 꼽은 행복 요리의 기본 재료는 믿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도전적인 일, 기본욕구를 채워줄 만큼의 돈, 매일 세 가지의 좋은 일이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 등 6가지. 하나 또는 그보다 많은 아이, 섬김과 신앙, 몇 년 이상의 공부, 몸과 마음의 건강, 가끔 실패와 좌절의 쓴맛 등 5가지는 선택 재료다. 이들은 이 재료로 완성한 행복 요리를 담을 긍정적인 생각, 밝은 얼굴이란 접시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필진으로 참여한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방점을 찍는다. 서 교수는 “타인과의 유대관계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다른 사람’과 ‘행복감’은 자연의 법칙에 의해 하나의 묶음이 됐다”고 말한다. 또 “행복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들은 본질적으로 긴장과 의무감보다 재미와 의미가 있는 만남이어야 한다”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행복 목록의 최상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