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 사건에 개입한 정황들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정무보좌역)으로 있을 때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을 연결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 씨 소개로 박 전 차관을 처음 만난 것은 박 전 차관이 서울시 정무보좌역으로 막 부임했을 때인 2005년 1월이었다. 고려대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은 박 전 차관이 서울시에 있던 1년여 동안 11~12회 만났다. 당시는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였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당시 홍보기획관)이 박 전 차관으로부터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받은 시점도 이 즈음이다.

박 전 차관은 그 대가로 이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았다. 이 전 대표는 “(브로커) 이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전해달라며 한 번에 2000만~3000만원씩 3~4회 정도 현금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박 전 차관 이름을 팔아 이 전 대표로부터 10억원을 받아쓴 적도 있다.

대검 관계자도 “이동율이 박 전 차관 이사자금 명목으로 이정배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자신의 자녀 전세자금 등으로 쓴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 소환에 대해 아직까지는 소극적이다. 그러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되는 내주 초쯤 박 전 차관 신병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