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포스코더샵 2만여명 '북적'…수도권 모델하우스 발길 는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2월 분양한 인천 송도 포스코더샵 그린워크 2차의 모델하우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개장 초기에만 2만여명이 몰리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송도의 청약열풍이 재현된 모습이었다. 서울 용강 래미안,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 김포 한강신도시 삼성래미안, 안산 아이파크 등 올 1분기 분양한 수도권 분양 단지의 모델하우스들도 개장 초기에 2만~3만명 이상의 내방객들로 붐볐다.

송도 포스코더샵의 분양대행을 맡은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송도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최근 분위기기 바뀌고 있다”며 “당장 청약을 하지 않더라도 분위기와 분양가를 살피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모델하우스로 회귀하는 수요자들

지방과 달리 한산하기만 했던 수도권 모델하우스에 올 들어 수요자들이 다시 몰려드는 추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만 해도 분양에 들어간 수도권 단지 모델하우스들 상당수가 썰렁한 모습을 보였던 상황과는 확연이 구분된다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의 온기가 서서히 수도권으로 전해지면서 주� 구입 심리가 바닥을 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택마케팅 전문가들은 모델하우스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집값이 바닥권에 달했다고 생각해 청약을 저울질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업체인 랜드비전의 이창언 사장은 “모델하우스 내방객들이 당장 계약하지는 않지만 전셋값 상승 등 계기가 주어지면 앞다퉈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방객들은 작년과 달리 내부 유닛을 꼼꼼히 살피거나 1시간 이상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마케팅 담당자들은 전했다.

김시욱 마포 용강래미안 분양소장은 “과거에는 단순 투기 목적이 많은 만큼 아예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대충 둘러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실수요자들은 신중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많게는 5~6번씩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거나 유닛과 분양 조건을 몇 번이고 재확인해보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는 것. 그만큼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위한 실수요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안산 아이파크 관계자도 “집값이 떨어졌을 때 노후 생활용이나 자녀의 주택을 장만할 생각으로 찾은 중년층이 많았다”며 “가족 단위 방문객끼리 서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대조해보는 등 신중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청약은 글쎄…투자 심리 회복 덜 돼

모델하우스의 열기가 청약 시장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동산 투자 심리가 충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만~3만명의 인파가 몰렸던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경우 349가구에 대해 3순위 청약까지 받았지만 171가구가 미분양됐다. 송도 더샵 그린워크2차도 7개 주택형 634가구 분양에 5개 주택형 120가구가 미달됐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분양 조건에 대해 만족하면서도 기존 주택 처분이 안 돼 발목잡힐 것을 우려해 청약을 포기하는 고객이 많았다”며 “주택 거래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 한 청약 열기가 당장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렌드나 시세 점검 등만을 위해 모델하우스를 찾는 ‘허수’가 많은 탓도 있다. 내외주건의 김세원 팀장은 “인근 단지 분양권을 가진 사람들이 새 단지 모델하우스에서 시세와 분위기를 보고 향후 자기 지역 땅값이 오를 가능성을 점검하려는 경우도 많다”며 “인테리어나 평면 구성 등 주택 트렌드 점검을 위해 오는 이들도 많아 모델하우스 인기로 청약 성공 여부를 점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DTI 규제 풀어줘야”

전문가들은 당장 서울 수도권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적은 만큼 정부가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많기는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분양시장이 계속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써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고 파격적인 분양 조건과 경품 등을 내세우면서 모델하우스는 눈길을 끌고 있지만 청약에 대한 모멘텀을 만들어 주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지역에 한해 완화하는 등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