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광우병 파동이 재연될 조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젖소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린 것을 놓고 인터넷에서 ‘믿거나 말거나’ 식의 무차별 광우병 괴담이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강조한다.

◆(괴담 1) 비정형이 더 위험?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 광우병은 소의 유전적 돌연변이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만든 사료를 먹고 병에 걸리는 정형 광우병과 구분하기 위해 비정형 광우병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에선 ‘비정형 광우병이 기존 광우병보다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고 더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동물실험 결과 비정형 광우병을 야기한 단백질인 변형 프리온은 정형 광우병의 프리온에 비해 병원성이 약 2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비정형 광우병은 수만년 전부터 10살 이상 고령소 수백마리 중 한 마리씩 유전적으로 생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괴담 2)비정형도 전염된다

비정형 광우병은 거의 전염성이 없다. 정형의 경우도 강제로 광우병 걸린 소의 뇌(혹은 프리온 성분 있는 척추)를 꺼내서 먹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 이미 미국과 국내 학계에서도 광우병 걸린 살코기와 우유, 혈장은 광우병을 옮기지 않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괴담 3)광우병 소는 수출용?

강우철 통합진보당 동작구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75kang)에 “미국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광우병 소는 수출용에서 나온 것이어서 미국 국민은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수출용 광우병 소’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한 트위터 이용자가 “미국 어느 라디오에서 언제 방송했나”라고 물었는데, 이에 강 위원장은 “현지인이 페이스북으로 알려왔다. 직접 조사해 보라”고 맞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0일 “확인한 결과 미국 내 그런 보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괴담 4)한국인, 광우병에 취약?

지난 27일 정봉주 전 의원의 인터넷 팬카페에 “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미국인은 38%, 한국인은 95%”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올라왔다. 2008년에도 이런 엉터리 주장이 나왔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의도적으로 괴담을 퍼뜨리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괴담 5)인니·태국은 수입 중단?

인도네시아 등은 뼈 있는 소고기, 내장 등 일부만 수입을 중단했고 뼈 없는 소고기는 계속 수입하고 있다. 뇌, 척수, 내장 등 광우병 위험물질(SRM) 수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우리나라와 수입 조건이 같아진 셈이다. 최인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소에서 광우병이 많이 발생하면 수입 소에도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몇 년 만에 한 건 발생했는데 그런 소가 수입소로 둔갑해 들어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준혁/김태훈/서보미/은정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