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법인카드 포인트를 기부해 조성한 기금을 활용, 저소득·저신용 금융피해자에게 저리로 대출하기로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8개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 금융권이 법인카드 포인트를 기부해 저소득 금융피해자에게 싼 이자로 대출해주는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권 원장의 제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카드사에 법인카드 포인트를 이 같은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카드사는 해당 포인트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급해 기금을 조성하게 된다. 금융회사는 이 돈을 신용회복위원회의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하고, 사회연대은행이 금융 피해자들에게 저리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법인카드 포인트 기부를 통해 올해 약 70억~80억원의 초기 자금을 조성하고, 이후 매년 40억~50억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카드사의 사회공헌기금 중 일부가 기부되면 매년 20억원을 더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날 간담회 직후 은행연합회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법인카드 포인트 기부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일부 금융권에서 시행 중인 소액기부 운동도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권 원장의 제안에 바로 화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장이 법인카드 포인트까지 기부하라고 사실상 압박한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안 그래도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 법인 포인트까지 기부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권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권 원장은 “취약업종의 경우 평가대상을 확대하고 업종 전망과 같은 비재무적인 요인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