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불을 밝히는 성당, 전원이 나간 MP3플레이어를 돌릴 전기를 생산하는 재킷, 여름에 내부 온도 상승을 막으면서 전기를 공급해주는 선루프를 갖춘 자동차까지….

염료감응 태양전지(Dye-Sensitized Solar Cell)가 열어젖힐 미래 생활의 모습이다. 국내 연구진들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유리창 등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내년 염료감응 태양전지 시장 개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유리, 플라스틱, 필름 등의 케이스 안에 염료를 넣어 만든다. 빛을 받으면 케이스에 부착한 나노 소재 반도체 산화물과 염료가 전자를 주고 받으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무기물을 이용한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태양전지와 함께 1세대 실리콘 제품을 이을 후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두꺼운 판으로 만들어야 했던 실리콘 제품과 달리 얇은 박막형태로 만들 수 있고 염료 특유의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 건물의 유리창, 외벽을 꾸미는 효과를 내면서도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신규 수요처를 창출, 침체된 태양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선루프, 휴대용 전자제품의 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실생활에 적용할 시제품도 나왔다. 이건창호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인재개발원에 창호형태로 만든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지난 3월 설치, 하루 평균 4.5~5시간가량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찬종 이건창호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에서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발전할 수 있는 실리콘 제품에 비해 1.5배 정도 길게 발전이 가능했다”며 “적은 일조량으로도 전기 생산이 가능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장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2008년 기술을 이전해준 동진쎄미켐과 공동으로 염료감응 태양전지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민재 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고체전해질 등을 이용해 태양전지의 수명과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며 “내년께 상용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는 염료 태양전지 등 신기술 개발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원천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종혁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지난달 나노소재를 결합한 반고체 상태의 겔(Gel) 전해질을 이용해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수명을 5배 이상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휘발성이 강해 오래 사용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개선할 해법을 제시한 것. 이동윤·차승일 한국전기연구원(KERI) 창의원천연구본부 박사팀은 지난 2월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신 나노기술과 섬유기술을 접목,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종이형 유연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차 박사는 “모바일 기기와 건물 창문, 의류 등에 부착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건물을 이용한 발전 등 틈새 수요를 만들며 시장을 넓혀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용화 과제로는 효율 향상이 꼽힌다. 빛을 받아 에너지로 전환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광변환효율은 약 11%대로 실리콘 태양전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 연구원은 “대형화 기술 개발, 안전기준 마련 등도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유리창, 자동차, 의류 등 중소형 크기의 태양전지부터 우선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염료 감응 태양전지

식물의 엽록소가 빛을 흡수해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 듯 태양빛을 받은 염료 분자가 나노소재와 반응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실리콘을 사용하는 기존 태양전지에 비해 제조단가를 최대 5분의 1까지 낮출 수 있고 일조량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게 장점이다. 구부리거나 휠 수도 있어 의류, 자동차 선루프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