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국세청의 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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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산업부 차장 leekh@hankyung.com
정권 말 4대그룹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정기 조사’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세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세청은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서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 원칙을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이 수수료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 강화 방침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모회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국세청은 수수료에 대한 과세를 강화키로 하고 작년 11월 주요 기업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로 개발한 모델(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모형)을 통해 지급보증 수수료를 산정한 뒤 2006년분부터 소급과세하겠다고 통보했다. 국세청은 최근 각 기업에 일차적으로 2006년분 부과액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대 세금 추가로 낼 판
기업들은 ‘웬 날벼락이냐’는 반응들이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데다 국세청도 기업들이 신고한 수수료율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쟁사들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국내 및 현지은행에 문의해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다. 세무조사 때 소명했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국세청이 새 모델을 적용해 구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데서 기업들은 두 번 놀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수수료율은 0.2~0.5% 수준인 데 비해 국세청 수치는 2.51~2.7%(평균 1.12%)로 차이가 크다. 기업에 따라 수백억원대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할 판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자회사를 많이 둔 곳일수록 지급보증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지급 보증액은 2010년 기준으로 34조원(국내 본사 600개)에 이른다.
기업들은 국세청의 수수료율 산정 모델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과거 재무제표 상의 재무자료만으로 국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의 신용등급을 추정한 뒤 수수료를 산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현지금융 대출 이자율보다 높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소급적용·이중과세 등 문제 많아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개별 재무제표의 한계와 모회사 및 자회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재무구조만으로 신용등급을 추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과거엔 문제삼지 않다가 소멸시효가 다가오니까 가격 산정 모델을 만들어 기업에 부담을 주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급과세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정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세법상 제척기간(5년)은 잘못 부과된 세금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무 조사 때 인정해온 수수료율 산정 관행은 소급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중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모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에 추가로 지급보증 수수료를 청구해야 하는데 해당 자회사의 과세당국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법인세 감세 기조 퇴조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으로 기업 투자여력이 줄었다. 이런 마당에 지급보증 수수료를 더 내라고 하면 해외 자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려면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게 해 법인세를 더 내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
이건호 산업부 차장 leekh@hankyung.com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란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모회사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국세청은 수수료에 대한 과세를 강화키로 하고 작년 11월 주요 기업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새로 개발한 모델(해외 현지법인 지급보증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모형)을 통해 지급보증 수수료를 산정한 뒤 2006년분부터 소급과세하겠다고 통보했다. 국세청은 최근 각 기업에 일차적으로 2006년분 부과액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대 세금 추가로 낼 판
기업들은 ‘웬 날벼락이냐’는 반응들이다. 그동안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데다 국세청도 기업들이 신고한 수수료율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쟁사들의 사례를 참고하거나 국내 및 현지은행에 문의해 수수료율을 책정해왔다. 세무조사 때 소명했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국세청이 새 모델을 적용해 구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데서 기업들은 두 번 놀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수수료율은 0.2~0.5% 수준인 데 비해 국세청 수치는 2.51~2.7%(평균 1.12%)로 차이가 크다. 기업에 따라 수백억원대의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할 판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자회사를 많이 둔 곳일수록 지급보증액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지급 보증액은 2010년 기준으로 34조원(국내 본사 600개)에 이른다.
기업들은 국세청의 수수료율 산정 모델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과거 재무제표 상의 재무자료만으로 국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의 신용등급을 추정한 뒤 수수료를 산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현지금융 대출 이자율보다 높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소급적용·이중과세 등 문제 많아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개별 재무제표의 한계와 모회사 및 자회사 간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재무구조만으로 신용등급을 추정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과거엔 문제삼지 않다가 소멸시효가 다가오니까 가격 산정 모델을 만들어 기업에 부담을 주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급과세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정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세법상 제척기간(5년)은 잘못 부과된 세금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무 조사 때 인정해온 수수료율 산정 관행은 소급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중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모기업들은 해외 자회사에 추가로 지급보증 수수료를 청구해야 하는데 해당 자회사의 과세당국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 세무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법인세 감세 기조 퇴조와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으로 기업 투자여력이 줄었다. 이런 마당에 지급보증 수수료를 더 내라고 하면 해외 자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수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려면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게 해 법인세를 더 내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
이건호 산업부 차장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