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71·사진)는 우리시대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다. 그는 과학적 사고와 진화론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1976년 펴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이며, 자기 유전자를 남기려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로 규정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6년의 《만들어진 신》에서는 “신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과학과 종교 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월에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와 신의 존재를 화두로 대화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신(神)이나 초자연적인 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입문서를 펴냈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다.

이 책의 덕목은 중학생 정도의 독해 수준으로도 읽을 수 있게 쉽다는 점이다. TV 과학 프로그램의 명쾌한 해설가처럼 여러 비유를 들며 치밀하게 핵심에 접근하는 솜씨가 빛을 발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참여한 데이브 매킨의 컬러 일러스트도 이해를 돕는다.

그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열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푼다.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같은 질문을 하고, 신화나 종교가 내놓은 이야기와 과학적 실험 과정과 결과를 비교한다. 그러면서 신화나 종교의 이야기보다 더 마법 같은 과학의 결과를 옹호한다.

무지개에 대한 설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인 수메르신화의 영웅 길가메시 이야기로 시작한다. 캘리포니아 근해 산타크루스섬의 추마시 부족 전설과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무지개도 언급하면서 뉴턴의 ‘결정적 실험’을 끌어들인다.

뉴턴은 프리즘이라는 삼각형 유리를 통해 무지개를 만든 뒤 흰빛은 모든 색깔의 빛이 섞인 것임을 증명했다. 무지개에서 시작한 설명은 빛의 스펙트럼을 통해 별의 위치는 물론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먼 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그것을 영화필름처럼 되감으면 우주의 시작 즉 ‘빅뱅’의 순간으로 수렴된다는 것. 아름답기만한 무지개에서 시간과 공간을 포함한 만물의 시작을 보는 것은 과학이란 눈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그는 “초자연적 기적이라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며 종교와 신화가 아닌 과학적 사고의 손을 들어준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을 듯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그것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 아니거나, 현재의 과학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계속 과학을 개량해 끝내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