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유람선이 입항할 서울항(여의도터미널)의 무역항 지정을 취소하고, 서해뱃길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확정했다. 김포터미널과 여의도를 잇는 서해뱃길 사업이 취소되면서 이와 맞닿은 경인 아라뱃길(김포터미널~인천 서해)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서울시 조치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또 다시 정부와 서울시 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서울시, “사업성 없는 전시행정”

시 고위 관계자는 3일 “올 들어 두 차례 열린 사업조정회의에서 서해뱃길 사업을 백지화하고 서울항의 무역항 지정을 취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달 중순 박원순 시장 주재로 열리는 내부회의인 ‘숙의(熟議)’에서 이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시장 결재만 남은 셈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서해뱃길은 김포와 여의도를 잇는 한강주운기반 조성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한 아라뱃길과 연결해 중국 등지의 관광객을 서울까지 뱃길로 끌어들인다는 취지였다. 총 소요예산은 1757억원으로, 2011년 착공해 2013년 완공(서울항 마무리)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서해뱃길 예산 배정을 거부하면서 사업이 유보됐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박 시장도 “서해뱃길은 대표적인 전시·홍보성 토목사업”이라고 비판하며 백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올해 관련 예산도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시는 여의도에 건설 예정이었던 서울항의 무역항 지정도 취소하기로 했다. 시는 이르면 이달 중 국토해양부에 지정취소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시는 2010년 서울항을 무역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고, 국토부는 항만법시행령을 개정해 서울항을 지방관리무역항으로 지정했다.

시는 서해뱃길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688t급 크루즈선인 아라호도 오는 9월 민간에 매각키로 했다. 제작비만 112억원에 달한 아라호는 사업이 지체되면서 그동안 한 번도 정식 운행을 못한 채 여의도에 묶여있다.

◆국토부 “국가관리항으로 전환 추진”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 항만정책과 관계자는 “서울항의 무역항 지정은 (앞서) 시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며 “시장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뒤집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서해뱃길이 백지화되더라도 선박이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오는 것을 서울시가 막을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강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어 관리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는 배경엔 서해뱃길 백지화가 아라뱃길에 미칠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아라뱃길은 지난해 10월 임시개통해 이달 말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아라뱃길과 서해뱃길을 연결해 서해안을 동북아 관광·물류허브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서해뱃길이 무산되면 아라뱃길이 반쪽짜리 뱃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라뱃길 사업과 연관성을 따져 서울항을 지정 취소하는 대신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재지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서울시를 배제하고 직접 운영·관리하는 국가무역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올 들어 부동산 정책, 한강변 텃밭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던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재점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국가관리무역항

국내외 육·해상망의 거점으로, 주요 기간산업 지원 등 국가 이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항만. 대통령령에 근거해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한다. 경인항·인천항·부산항 등 총 14곳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