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문닫게 하려 작정한 검사"…금감원 "적법절차 따랐다"
이르면 오는 6일 금융위원회가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됐던 5개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여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저축은행들과 금융감독당국이 검사의 잣대를 놓고 막판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관성과 객관성이 부족한 검사 결과를 근거로 한 행정조치는 부당하다는 저축은행들의 반발에 감독당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검사인 만큼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와 최고경영자들은 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잇따라 방문,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금감원 세 차례의 고강도 검사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에 대한 집중적인 검사를 실시했다. 첫 검사는 작년 6월 중순부터 한 달여에 걸쳐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동시 경영진단이었다. 금융당국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댔다고 최근 들어 강하게 반박하는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들도 당시 검사 결과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당시 금융위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토마토 제일 등 7곳의 영업을 정지했고 6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정상화 기회를 줬다. 문제는 11월20일부터 실시된 검사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잣대는 이때부터 엄격해지기 시작했다"며 “마치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검사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검사 역시 고강도로 이뤄졌다.

○자산 건전성 분류 시점 논란

저축은행들은 우선 대출 자산을 분류할 때 기준 시점이 오락가락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 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경매가 진행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예로 들었다. 경매 시점이 지난 3월이기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는 대출로 봐야 하는데도 고정이하로 분류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올해 대출금이 회수됐을 경우 이를 지난해 회계에 반영해줘야 하는데 금감원 검사역들이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 회사가 올해 1월2일 대출금액을 전액 상환했는데 연체정보가 2011년 12월31일 기준으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고정이하로 분류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올 들어 상환이 완료된 일부 대출에 대해 소급해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한 것은 12월 말로 기준을 맞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비슷한 건수가 많아 증액대출이 의심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동화한 자산, 담보 인정되나?

토지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신용대출인지 여부도 이슈로 떠올랐다. 한 건설업체는 토지감정가가 497억원인 땅을 담보로 ABCP를 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ABCP의 담보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신용대출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75% 쌓아야 하는 회수의문으로 분류해버렸다는 것이 저축은행의 항변이다. 금감원은 ABCP 관련한 대출은 규정에 따라 신용대출로 분류해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검사 때마다 달라졌다?

검사 인력이 바뀌면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진 경우도 많았다고 저축은행들은 주장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동시 경영진단 당시 실시된 검사와 달리 올해 이뤄진 두 차례의 추가 검사는 강도가 세졌다”며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사람에 따라서 정상 여신이 고정이나 회수의문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인사로 검사역이 일부 바뀌었을 수 있지만 검사 국장 부원장보 등 간부들은 계속 업무의 연속성을 관리했기 때문에 검사의 지속성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 적기시정조치

금융감독 당국이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금융회사에 일정 기간 이내에 재무상태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하는 것. 주어진 기간 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금융회사는 퇴출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아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류시훈/박종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