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오빠가 때려요’ ‘동생이 때려요’ 하는 글이 2만건이 넘어요. 이젠 형제 간 폭력이 여론화되고 대안을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청소년소설 작가 이옥수 씨(50·사진)는 3일 신작 《개 같은 날은 없다》(비룡소)를 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형제남매 간 폭력으로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얹고 사는 강민, 미나의 이야기다. 중3 학생 강민은 아버지와 형의 폭력을 참지 못하고 분풀이로 강아지 찡코를 죽인다. 정보신문 기자로 일하는 23세 미나는 어릴 적 오빠에게 받은 폭력의 트라우마로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소설은 폭력의 상처로 얼룩진 강민과 미나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상처를 보듬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씨는 독특한 제목에 대해 “날마다 형한테, 오빠한테 폭행을 당하고 사는 아이가 있다면 정말 ‘개 같은 날’의 연속일 것”이라며 “폭력이 해결돼 개 같은 날이 ‘개가 훨훨 나는 재미있는 날’로 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소설은 강민과 미나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이씨는 “과거의 폭력을 들려주는 미나는 오디오적인 측면이 강하고, 현재 폭력에 노출된 강민은 비디오적 측면을 부각시킨다”며 “평면적인 책 위에 시청각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구성을 취했다”고 말했다. 미나가 과거의 트라우마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상처가 되는지 보여준다면 강민은 현재의 폭력이 어떻게 발현되고 문제를 만드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폭력은 악순환되는 원리가 있어 형제 간 폭력이 학교폭력으로 확산된다”고 생각하는 이씨는 최근의 학교폭력을 어떻게 볼까.

그는 “아이들한테서 폭력의 원인을 찾는 건 곪은 상처에다 연고 바르는 것밖에 안 된다”며 “잠 안 재우고 공부만 시키니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교폭력은 어른들이 이마를 맞대고 논의할 문제이지 선생님, 학생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을 친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필하는 틈틈이 전국을 돌며 청소년에게 강연을 한다. 지난해에만 50여개 학교를 방문했다. “제 정신연령이 딱 10대라서요.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아이들 눈동자를 쳐다보면 느낄 수 있는 공감이 제 열정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