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올려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0년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혈관질환이었다. 모두 흡연이 직·간접적 원인이다. 1년에 5만명 이상, 하루에 150명가량이 이 같은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흡연자들은 ‘흡연권’을 주장하고 흡연 규제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흡연 인구를 줄이지 않으면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기는 힘들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뱃값 인상이다.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떨어진다. 담뱃값 인상만큼 쉬우면서도 강력한 금연정책은 없다는 얘기다. 물론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캠페인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국내 흡연율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한국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상당한 성과를 냈다. 2001년 60%에 달하던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7년 4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흡연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3~4년만 놓고보면 미세하마나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2005년 이후 담뱃값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담뱃값이 오르지 않다 보니 담배의 ‘실질가격’이 떨어지고 이것이 흡연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담뱃값 인상 효과는 세계적으로 이미 검증돼 있다. 세계은행 조사 결과 담뱃값이 10% 오르면 국가별로 담배 소비가 4~8%가량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각국이 담뱃값을 일제히 10%씩 올리면 전 세계 흡연인구가 4000만명 줄어들 것이란 연구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담뱃값 인상은 자라나는 청소년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청소년은 담배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나이다. 이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담배를 계속 피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뱃값 인상은 초기 진입장벽을 높여 흡연 예방에 효과적이다. 부모 용돈에 의존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담뱃값에 민감하기 때문에 담뱃값이 오르면 피우던 담배를 끊거나 새로 담배를 피우려는 수요가 줄기 마련이다.

실제 외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목격된다. 미국에선 1995년 36%에 달하던 고교생 흡연율이 2001년 25%까지 줄었는데 그 배경이 담뱃값 인상이었다. 캐나다도 1971년부터 1991년까지 담뱃값 인상을 통해 청소년 흡연율을 47%에서 16%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저소득층도 마찬가지다. 담뱃값 인상 반대론자들은 흔히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부담만 커진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금연 정책이 강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에선 금연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면 저소득층은 중·상류층에 비해 질병도 많고 평균수명도 낮다. 그런데도 저소득층에서는 흡연율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중산층 이상과 저소득층의 건강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지 말라’는 주장은 결국 ‘저소득층의 건강을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저소득층은 중산층 이상에 비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을 금연으로 유도할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싼 국내 담뱃값도 문제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8년 기준으로 117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의 갑당 가격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 한국은 1달러98센트로 세계 76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2달러32센트)에도 못미쳤다. 담배 가격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11달러40센트에 달했고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캐나다 등도 6~8달러대나 됐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담배가격은 이보다 한참 낮은 셈이다.

이처럼 소득 대비 낮은 담뱃값이 과도한 흡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의 1인당 연간 담배 소비량(15세 이상 기준)은 21위로 세계 평균보다 38갑 정도 많다.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한 달에 3갑 정도 담배를 더 피우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흡연율을 정부 목표대로 2020년까지 29%로 낮추기 위해서는 담뱃값을 갑당 45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금보다 2000원 이상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금연구역 확대, 흡연 경고문구 등 비가격정책 측면에서 한국이 실행가능한 최고 수준의 금연정책을 모두 폈을 때 얘기다.

지금 한국의 금연정책은 이에 못 미친다. 비가격 금연정책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선진국 대비 중간 수준으로 올린 채 목표를 달성하려면 담뱃값을 갑당 75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나고 이 돈으로 보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건강증진부담금이다. 현재 담배 한 갑당 354원이 붙어 매년 걷히만 건강증진부담금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부담금을 올리고 이 돈을 국민 건강을 위해 적절히만 쓴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열풍이 확산되면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승진 인사 때 흡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효율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구개발단지인 수원 사업장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왔다갔다하는 데 20분은 족히 걸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루 10개비만 피워도 3시간가량을 허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담뱃값을 올릴 때는 이왕이면 한 번에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획기적인 흡연율 저하를 기대할 수 있다. 찔끔찔끔 올리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적응하기 때문에 흡연율은 크게 낮아지지 않으면서 불만만 커질 수 있다.

물론 담뱃값 인상이 금연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가격정책과 함께 비가격정책을 병행했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담뱃값 인상 없이는 금연정책이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인제대 의대 가정의학과 주임교수 △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전문의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