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한탕주의’에 빠진 저축은행의 탐욕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처리를 미뤄온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가 만든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업정지된 대형 저축은행들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서비스란 본연의 업무를 도외시하고 한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빠져들었다. 금융감독당국은 부동산 PF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타성에 젖은 검사로 퇴출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정도로 화를 키웠다.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의 자산은 7조3297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50조원)의 12%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영업정지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수신예금 PF에 몰빵

총자산 4조9758억원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를 자랑하던 솔로몬저축은행은 PF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2007년부터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PF가 부실화돼 결국 영업정지되기에 이르렀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작년 말 기준 3270억원의 PF 대출을 해줬는데 이 가운데 정상으로 분류된 것은 810억원에 불과했다.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한 PF 대출이 36%에 이르렀다.

부동산 PF는 한때 저축은행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아파트나 상가를 짓겠다는 부동산 시행업체에 돈을 빌려주면 떼일 위험 없이 10% 이상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돈이 없어 이자를 못 내겠다는 시행업체가 늘어나면서 수백억원짜리 대출자산이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바뀌어갔다.

사정은 한국저축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1825억원의 PF 대출 가운데 531억원만 정상 채권이다. 40% 이상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돼 ‘고정 이하 대출(부실여신)’로 분류됐다. 고정 등급을 받으면 대출원금의 30%, 회수 의문은 원금의 7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한국저축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만 2000억원 안팎의 추가 부실이 발생했다.

미래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3177억원이나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부실은 PF 대출에서 발생했다.


◆감독 태만도 부실 원인

대형 저축은행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PF의 덫에 갇혀 파국을 맞았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 저축은행들이 수익률에 사로잡혀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방치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삼화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에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금감원 임직원 20여명이 검찰에 불려가고 나서야 제대로 된 검사를 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대형 저축은행의 부실화는 사실상 정부의 규제 완화가 초래한 것이기도 하다. 2006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고 고정 이하 여신이 8% 이하인 이른바 8·8클럽에 해당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개인 1명 혹은 회사 1곳에 대한 대출 한도 규정(80억원)을 없앴다. 2005년에는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규제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금감원 및 감사원 출신 고위 관료들이 저축은행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바람막이 역할을 했던 관행이 저축은행 부실을 키운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05년 김상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근고문으로 영입했다. 또 2007년에는 김강현 전 금감원 분쟁조정실 팀장, 2009년에는 윤익상 전 금감원 부국장이 각각 솔로몬의 감사로 들어갔다. 한국저축은행도 감사·사외이사 자리에 꾸준히 금감원·감사원 출신을 영입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감원·감사원 출신들이 버티고 있으면 아무래도 해당 기관의 조사 강도가 물러지고 징계 수위도 낮아진다”며 “그런 ‘로비’ 효과를 알기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기를 쓰고 영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