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化 강요하면 역효과…'언어 교육'이 성공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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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 佛·獨서 배우는 다문화 정책
취학 전 언어테스트 의무화
부모에게도 역사·문화 가르쳐야
취학 전 언어테스트 의무화
부모에게도 역사·문화 가르쳐야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의 외곽 도시인 ‘클리시 수 부아’. 인구 3만여명 중 절반 정도가 이민자 또는 이민 2·3세인 이곳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이다. 거리에선 프랑스어보다 터키어와 아랍어가 더 자주 들렸다. 상점 간판도 프랑스어로 표기된 경우가 드물 정도였다. 이슬람 밀집지역인 이곳에선 2005년 경찰의 단속을 피하다 두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이로 인해 대규모 폭동도 일어났다.
한국보다 더 오랜 이민의 역사를 지닌 유럽에서 만난 다문화정책 관계자들도 다문화정책에 대해 어려움을 실토했다. 관련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민족 간 이질감이 증폭돼 다문화정책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파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베르토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이민센터 소장은 “프랑스에 본격적으로 이민자가 유입된 지 200년이 지났는 데도 프랑스는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인정하기보다 무조건 동화될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프랑스 내에서는 극우 정당을 필두로 한 정치인들이 반(反) 이민자 정책을 공공연히 내세울 정도로 다문화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민자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조차 재선을 앞두고 할랄고기(이슬람식으로 도축한 육류) 등 이슬람계 이민의 전통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민 인구가 너무 많다”는 발언으로 극우파 결집을 시도하기도 했다.
베르토시 소장은 “그동안 프랑스 내각에서 이민자 출신 관료를 기용하긴 했지만 (이민 친화적이라는) 알리바이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올랑드 사회당 대통령 후보 측도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참정권을 허용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벗어나 이민자 수 제한을 주장하는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반(反) 이민자 분위기가 향후 정치권에 후폭풍이 될 조짐도 보였다. 클리시 수 부아 지역의 이민자단체(ACLEFEU) 관계자는 “프랑스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민자들이 높은 실업률 등 경제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낙인 찍혔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권이 있는 이민 2·3세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이민정책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인도주의재단(HVD)도 “독일 내에서 다문화정책, 통합 문제가 논의된 기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1970년대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등장할 정도로 이민자가 적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이민정책은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재단의 안드레아 케트너 씨는 다문화정책의 핵심은 언어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인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나 터키계 교사에게 수업을 받고 가족과 터키어로 소통하는 터키계 이민 2·3세들이 막상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치원 교사들이 아동의 언어 발달 일지를 작성하고, 정규교육과정 취학 전 언어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민 2·3세뿐 아니라 이들의 부모에게도 독일 문화, 정치, 역사와 함께 독일어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베를린=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한국보다 더 오랜 이민의 역사를 지닌 유럽에서 만난 다문화정책 관계자들도 다문화정책에 대해 어려움을 실토했다. 관련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민족 간 이질감이 증폭돼 다문화정책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파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베르토시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이민센터 소장은 “프랑스에 본격적으로 이민자가 유입된 지 200년이 지났는 데도 프랑스는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인정하기보다 무조건 동화될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프랑스 내에서는 극우 정당을 필두로 한 정치인들이 반(反) 이민자 정책을 공공연히 내세울 정도로 다문화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민자 출신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조차 재선을 앞두고 할랄고기(이슬람식으로 도축한 육류) 등 이슬람계 이민의 전통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민 인구가 너무 많다”는 발언으로 극우파 결집을 시도하기도 했다.
베르토시 소장은 “그동안 프랑스 내각에서 이민자 출신 관료를 기용하긴 했지만 (이민 친화적이라는) 알리바이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올랑드 사회당 대통령 후보 측도 외국인에 대해 지방선거 참정권을 허용하겠다는 당초 방침에서 벗어나 이민자 수 제한을 주장하는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프랑스의 반(反) 이민자 분위기가 향후 정치권에 후폭풍이 될 조짐도 보였다. 클리시 수 부아 지역의 이민자단체(ACLEFEU) 관계자는 “프랑스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민자들이 높은 실업률 등 경제위기의 원인 제공자로 낙인 찍혔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권이 있는 이민 2·3세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이민정책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인도주의재단(HVD)도 “독일 내에서 다문화정책, 통합 문제가 논의된 기간은 1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1970년대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등장할 정도로 이민자가 적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이민정책은 뒤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재단의 안드레아 케트너 씨는 다문화정책의 핵심은 언어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인 산파의 도움으로 태어나 터키계 교사에게 수업을 받고 가족과 터키어로 소통하는 터키계 이민 2·3세들이 막상 독일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치원 교사들이 아동의 언어 발달 일지를 작성하고, 정규교육과정 취학 전 언어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민 2·3세뿐 아니라 이들의 부모에게도 독일 문화, 정치, 역사와 함께 독일어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베를린=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