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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자녀 선생님 선물 예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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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 지점장이던 권영신 씨(53)는 2006년 미련없이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입사한 지 꼭 20년 만이었다. 직장생활의 근거지였던 부산을 떠나 경남 하동에 정착했다. 귀농한 첫해에는 밤농사를 망쳐 1년간 꼬박 땀 흘리고도 손에 아무것도 쥘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블루베리와 매실 농사를 짓기 시작해 지난해 1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지점장 시절 연봉 8000만원보다 많았다. 그러나 돈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여유로운 삶이다. 권씨는 “매년 3월부터 7월까지만 일을 하고 나머지 6개월간은 가족들과 국내외 여행을 다닌다”며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을 덜어 정신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귀농 늘어난다

농촌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베이비부머들이 늘면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2012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에는 2만8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까운 시일 안에 귀농할 계획이 있는 베이비부머들로 행사장에 차려진 41개 지방자치단체의 부스를 돌며 각 지역 귀농 인프라와 지원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실제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내려간 1만503명 중 60%가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40~50대 베이비부머였다.

도시에서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치열한 경쟁에 지친 도시민들이 도피하듯이 농촌행을 선택하던 이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일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연봉 1억원을 받다가 최근 귀국한 김광진 씨(44)는 “100세 시대에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농사를 떠올렸다”며 “여름에 귀농해 일단 딸기 수경 재배를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당 체인점을 운영 중인 김태민 씨(35)는 “요새 우리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수출도 활발하기 때문에 품목만 잘 고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퇴를 일찍 준비하거나 농촌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30~40대들도 행사장에 북적댔다.
베이비부머들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
◆충분한 준비 뒤에 실행

베이비부머들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
귀농을 원하는 이유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 자녀 뒷바라지를 하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농촌을 선택하는 것. 일자리를 농업에서만 찾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 교사인 황미란 씨(39)도 “주위에 보면 농사는 경험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며 “농촌에서 어린이집 교사를 계속하거나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 나온 염준희 씨(31)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며 “17개월 된 딸을 자연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귀촌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귀농부터 하고 보자’는 성급한 예비 귀농인들은 크게 줄었다. 충분히 준비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 씨(46)는 “귀농을 위해 4년 전 땅을 사뒀고 이달부터는 대학교에서 귀농교육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보미/조미현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