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홍채인식(iris scan)에 관한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2054년 범죄예방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의 존 앤더튼 팀장(톰 크루즈)은 살인용의자로 누명을 쓰게 되자 타인의 안구를 이식하고, 추출한 자신의 안구를 들고 프리크라임의 보안검색을 통과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영화의 옥의 티로 지목됐다. 추출된 안구는 시신경이 끊어지고 동공이 확대돼 본인 인증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개봉된 ‘어벤저스’에서 우주악당이 지구 과학자의 눈을 스캔한 영상으로 보안장치를 통과한다. 안구 추출의 과학적 오류를 알았나보다.

생체인식(biometrics)은 개개인의 평생불변, 만인부동의 특징을 자동화된 수단으로 등록해 비교·판단하는 것이다. 개발된 인식기술만도 지문 홍채 망막 얼굴 얼굴영상 음성 손모양 손등정맥 귀모양 서명 DNA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수사극 ‘CSI’를 보면 DNA 감식은 기본이고 범인의 얼굴 윤곽, 성문(聲紋)으로 용의자를 걸러낸다.

영화 드라마 속 생체인식 기술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1971년 007시리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첫선을 보인 지문인식 시스템으로 이제는 일반인도 은행 거래를 한다. 지문인식 시스템이 탑재된 노트북PC가 나왔고, 손의 정맥을 인식수단으로 이용한 복합기도 선보였다.

물론 생체인식에도 맹점은 있다. 지문이 닳거나 실리콘으로 조작하면 인식이 안 된다. 얼굴은 성형으로 얼마든 바뀔 수 있다. 서명도 영화 ‘리플리’에서 보듯 부단한 연습으로 흉내낼 수 있다. 망막인식은 안경을 벗고 눈을 갖다대야만 하는 불편이 있다.

지금까지 가장 정확한 생체인식 기술로는 홍채인식을 꼽는다. 홍채는 생후 1~2세 때 형성되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 지문의 특징이 40가지인데, 홍채는 250가지나 된다. 홍채의 주름과 색깔이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는 10의 78제곱으로 DNA보다 다양하다고 한다. 망막인식과 달리 안경을 써도 가능해, 공항 입국심사 때 널리 이용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사용자의 얼굴 눈 음성 동작 등의 특징을 자동 인식하는 갤럭시S3를 선보여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있으면 켜진 상태가 유지되고, 수신문자 확인 후 귀에 대면 발신자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기까지 한다. 이에 앞서 갤럭시S2의 운영체계 최신 버전에선 사용자 얼굴인식으로 화면 잠금이 풀리게 했다. 생체인식 기술이 손안에 들어온 시대다. 이를 한국이 주도한다니 더욱 놀랍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