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전후로 서울 강남권 저축은행에서 돈을 뺀 대부분 고객들이 인근 산업은행 지점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평균 연 0.5%포인트 높은 산은의 예금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저축銀 고객들 고금리 찾아 산은行

7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지난 6일을 전후로 강남 지역에 있는 산은 10여개 지점의 신규 개인 예수금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평소 하루 200억~300억원가량이던 산은 강남지역 신규 개인 예수금은 500억~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건물에 솔로몬저축은행 지점이 함께 있는 산은 대치지점의 경우 이날 오전부터 저축은행에서 미리 돈을 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 하루 50명 안팎이던 방문객이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창구 앞 대기시간이 2시간에 달했을 정도다. 대치지점에는 이날 하루에만 평소 10억~15억원보다 3~5배가량 늘어난 50억원 이상의 개인 예수금이 쌓였다.

이은우 산은 대치지점장은 “지난 3일부터 저축은행 추가 퇴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강남지역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해 다른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산은 지점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고객들은 금리가 가장 높은 ‘산은 창립기념 특판 정기예금(연 4.4%)’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압구정지점에도 인근 10여개 저축은행 이용 고객들이 몰리면서 평소 100여명 수준이던 하루 방문객이 이날 250명을 넘어섰다. 하루 30억~50억원이던 개인 예수금은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산은의 무점포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인 KDB다이렉트에도 돈이 몰렸다. 하루 80억~100억원 수준이던 신규 유치액은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전후로 15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만 맡겨도 연 3.5%의 금리를 주고 있어 강남지역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젊은 직장인들이 뭉칫돈을 옮겨 넣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강남권 저축은행에 있던 돈이 산은으로 몰리고 있지만 산은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개인 예수금은 급증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구조조정 시기에 고객을 뺏어가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우려해서다. 산은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의 저축은행 예금액이 산은으로 옮겼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들 “위기를 기회로”

개인 신용대출에 주력해온 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대출모집인들은 HK 같은 우량 저축은행으로 대출 영업망을 돌리고 있다. HK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개인 신용대출 취급액이 늘지는 않았지만 솔로몬이 대출한도를 늘려주거나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흡수한 고객 가운데 일부가 넘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 문을 연 저축은행들은 이번 영업정지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경기솔로몬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한 공평저축은행은 이날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새로 내놨다. 또 대출을 중개해주는 위탁법인 모집도 시작했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 후 자산 재평가 등을 실시하며 몸을 추슬러온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전망이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