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려면 여성을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라.”

미국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주문한 내용이다. 경제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은 더 절실하다. 최근 여론 형성과 마케팅의 주요 채널로 부상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의 55%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미국 전체 전문직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가정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여성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여성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도 엄청나다. 보험사인 매스뮤추얼파이낸셜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75%를 여성이 보유하고 있다. 50세 이상 여성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만도 19조달러에 달한다. 상당수 가정에서 구매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여성이라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다. 여성들이 이사회에 참여했을 때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사회에 여성이 3명 이상 있는 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여성이 없을 때와 비교해 각각 53%나 높아졌다. 페이스북이 여성을 영입해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페이스북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구글에서 셰릴 샌드버그를 영입한 후 급속히 성장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영입을 꺼리고 있다. 트위터, 어도비, 징가, 판도라 등 대형 IT 기업 이사회에는 여성 구성원이 한 명도 없다. 페이스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성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그허의 엘리사 캐머홀트 페이지 창업주는 “IT 기업 이사회도 백인 남성들로 가득차 있다”며 “이런 상태로는 여성 취향을 감안한 서비스가 개발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