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했고, KT는 20.3% 줄었다.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24.1% 감소했다. 지난해 기본료를 인하하면서 이통사의 실적 부진은 이미 예견돼왔다. 이통 3사의 지난해 이동통신 서비스 매출은 전년에 비해 1.1% 줄었다. 이동통신 매출 감소는 1984년 한국이동통신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신규 가입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데 요금 인하,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 등장에 따른 문자메시지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한 망(網) 투자와 마케팅 비용도 부담을 줬다. 통신업계에선 “실적이 나빠졌으니 정치권의 요금인하 압박 강도가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까”라는 반응도 나온다. 부진한 실적에 안도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곳이 통신업계다.

인위적 통신료 인하 실익 없어

통신사의 경영환경은 악화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치권은 이런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음성통화 20% 할인, LTE 무제한 데이터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통합당도 기본료·가입비 폐지와 문자메시지 무료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통신요금 20% 인하를 내걸었다. 이후 가입비 인하, 초당(秒當)과금제 도입, 데이터 통화료 인하 등의 정책이 잇따랐다. 지난해엔 기본료를 1000원 내렸다. 대선 공약에 맞춰 인위적으로 이뤄진 요금인하였다. 통신사들의 수익에는 직격탄을 날렸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체감하지 못했다. 기업은 멍들고 소비자는 만족 못하는 ‘루즈-루즈 게임’이 되고 만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곰탕 한 그릇과 정보통신 활성화를 바꿀 순 없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통신요금 인하는 이런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선거철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해 왔다. 정치권의 요금인하 주장은 새로울 게 없는 ‘재탕’이다. 기본료 가입비 폐지나 문자메시지 무료화는 반복된 레퍼토리다. 요금인하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외압에 의해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19대 국회, 정책 효과 따져보길

당장 19대 국회가 열리면 통신요금 인하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된 통신요금 인하 논의가 얼마나 적절했고,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유용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으로 통신요금 문제에 접근해서는 요금 논란과 갈등은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계와 소비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나 이동통신 재판매(MVNO) 등 시장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제도 활성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여야 정치인들은 무조건 요금을 내리라고 기업을 압박하기보다는 통신산업 발전과 국민의 통신서비스 편익 향상을 위한 정책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통신사들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문제를 고민하기보다는 막대한 보조금을 써가면서 마케팅 경쟁에만 열을 올려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요금인하가 반복되면 투자는 고사하고 기업 존립까지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은 공감을 얻기는커녕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될 수 있다.

양준영 IT모바일부 차장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