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타보니…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순식간에 앞 유리에 100㎞/h 표시가 뜬다. 국산차 가운데 처음 적용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덕분이다. 속도계와 길 안내 화면이 홀로그램처럼 달리는 길 앞에 떠 있다.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옆차선의 차량들을 영상과 소리, 진동으로 알려준다. 호랑이 코 모양의 패밀리룩 디자인은 K9에서 보다 입체감 있게 진화했다. 트렁크가 짧고 후드가 길어 스포티한 쿠페의 느낌도 줬다.

9일 강원도 양양 시승행사에서 만난 K9은 기아차 K-시리즈의 기함(플래그십)다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감각적인 디자인에 각종 첨단 신기술과 다양한 편의장치로 무장해 기아차의 야심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시원하게 달리던 중 갑자기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노란색 아이콘이 나타나더니 이내 빨간색으로 변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오른쪽에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추월해 지나갔다. K9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 미처 보지 못한 차량의 접근을 알려준 것이다. 옆차선 뒤쪽에서 다른 차량이 다가오면 사이드미러에 노란 경고등이 켜지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속도계 좌우로 차량 접근 아이콘을 띄워준다.

옆차선의 차량이 운전자의 사각지대로 들어서면 아이콘이 빨간색으로 변했다. 이 아이콘이 켜져 있을 때 깜빡이(방향지시등)를 넣었더니 허벅지가 부르르 떨리고 ‘띵’ ‘띵’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시각과 청각, 촉각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줬다.

334마력의 람다 GDI 엔진과 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는 뛰어난 가속 성능과 승차감을 제공했다. 가속력이 탁월해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가는데도 느끼지 못할 만큼 변속감이 부드럽다.

전자식 변속 레버와 그 앞에 있는 조그 다이얼도 눈길을 끌었다. 조이스틱처럼 생긴 변속 레버는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아 진동이 없고 레버에 P, R, N, D 등 변속 단이 표시돼 있다. 조그 다이얼은 누르고 돌리는 조작만으로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

주행 모드도 버튼 하나로 변경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노멀, 스포트, 에코 모드로 바뀌었다. 스포트 모드는 승차감이 더 단단해지고 변속이 과격해지는 느낌이었다. 미끄러운 노면에 최적화된 스노 모드 기능도 갖췄다.

출발지인 양양 솔비치리조트에서 1시간 정도 달려 목적지인 망상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기 위해 후진기어를 넣자 내비게이션 화면에 앞·뒤·좌·우의 카메라 영상이 보이는 ‘어라운드 뷰 기능’이 켜졌다. K9에는 기아차의 스마트 텔레매틱스(차량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유보(UVO)가 적용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원격 제어로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으며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2009년 K7, 2010년 K5를 출시한 기아차의 K-시리즈 라인업이 K9의 등장으로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전무)은 이날 시승행사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능은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에 못지않지만 가격은 BMW 5시리즈와 비슷하게 책정했다”며 “K9은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태어난 차”라고 말했다.

양양=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