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마음은 깜깜절벽입니다. 보세요. 돈이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행복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전생에서부터 익혀온 습기(나쁜 습관)가 쌓여 마음의 번뇌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간화선(화두참선)을 통해 ‘참나’를 찾아야 번뇌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법원(眞際法遠·78) 대종사는 10일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오신날(28일)을 앞두고 대구 동화사 동별당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지난 3월 조계종 제13대 종정에 추대된 진제 종정은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53년 석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현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으로, 1967년 향곡선사에게 깨달음을 인가받아 경허-혜월-운봉-향곡으로 이어지는 정통 법맥을 계승했다.

진제 종정은 간화선이 개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 국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처방이라고 강조해왔다. 석가모니가 이 땅에 오신 것도 이를 위해서라고 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인류가 밝은 지혜로써 큰 진리의 낙(즐거움)을 누리는 길을 가르쳐주러 오셨습니다. 중생은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좇아서 8만4000 고뇌를 한시도 잊을 날이 없어요. 낙동강 700리의 모래알 숫자같이 많은 번뇌 때문에 항시 밝지 못하고 불평불만 초조에 시달리는 게 중생의 생활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생활 속에서 참나를 찾아서 지혜를 밝히고 성인의 안목을 이루게 하는 길을 열어주셨으니, 평화와 행복의 선물을 주러 이 땅에 오신 것이죠.”

그 선물은 바로 간화선이다. 진제 종정은 “온 국민이 ‘부모에게서 나기 전의 어떤 것이 참나인가’ 하는 의심(화두)을 생활 속에서 일념으로 지속한다면 모두가 그 선물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마다 부처의 법과 진리를 갖고 있는데 단지 보지 못하고 쓰지 못해서 고통 가운데 살고 있다는 얘기다.

“밥 짓는 가운데, 산책하는 가운데, 일하는 가운데, 가고오는 가운데 항시 천번 만번 의심을 일으키면 잡념이 잦아들고 간절한 한 생각만 흘러가게 됩니다. 그러면 보고 듣는 모든 것은 다 잊어버리게 되고 화두가 박살나면서 온 세계가 한 집이요, 만유가 둘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거두게 되니 그게 대자대비입니다. 그러면 온 나라, 온 세계가 큰 식구가 되지요.”

종정이 된 후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묻자 “호리(毫釐·아주 작은 양)도 없다”며 “다만 모든 인류와 불자들에게 바른 삶의 길을 제시해야겠다는 신념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그 길 역시 간화선을 통한 참나 찾기다.

진제 종정은 “교육풍토를 손질해야 한다”며 중고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5가지 인성 교육지침을 제시했다.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어른을 공경하라, 친구를 믿음·사랑·공경으로 대하라, 맡은 일을 성실과 정성으로 다하라,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고 다른 생명을 존경하라는 것이다.

거듭된 설명에도 ‘참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자 손에 쥐고 있는 염주를 번쩍 들어올리며 이렇게 외쳤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가히 찾기가 어려움이로다. 찾으려 한 즉 천리만리 밖에 있음이로다. 무심히 앉아 있으니 마음도 또한 무심히 앉아 있구나. 모든 대중이시여, 참나를 바로 보시라. (주장자를 내리치며) 꽝!”

대구=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